[자유성] 대구 공원녹지 꼴찌라는데

  • 박재일
  • |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23면   |  수정 2019-05-24

2·28기념중앙공원은 국채보상공원, 경상감영공원과 함께 대구 도심, 특히 동성로와 맞붙어 청춘들의 만남의 장소다. 1만4천㎡(4천319평)로 아담하지만 대구를 찾는 외지인들은 도심 한가운데 과감히 만든 이 공원에 경탄을 보낸다. 이곳은 원래 일제강점기 때 세워졌고, 또 필자가 졸업한 전통의 대구중앙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학교를 옮기면서 활용방안을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2003년 당시 문희갑 시장은 시민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공원화를 결정한다. 문 시장은 한 발 더 나가 학교앞 대로변의 상가건물도 모조리 공원시설로 묶어 작지만 제대로 된 공원으로 탄생시켰다. 당시 시가로 800억원이지만 지금 시세로는 수천억원, 아니 무형의 값어치를 따지면 수조원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어린이날을 맞아 조선일보에서 ‘어린이 1인당 공원 면적’을 주제로 한 기사를 보도했다.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세종시가 1위(301㎡)였는데 대구는 꼴찌(58.4㎡·17평)였다. 세종시 같은 신도시와 달리 대구는 6·25전쟁 이후 도심이 파괴되지 않아 공원조성이 어려웠다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어쨌든 굉장히 민망한 랭킹이다. 대구시의 시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9.96㎡(2015년 통계청 기준)로 전국 평균 18.1㎡의 절반 수준이고,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다.

물론 위로받을 다른 통계치도 있다. 도시공원이 아닌 외곽의 ‘생활권도시림(林)’에서는 대구가 11.26㎡로 서울(4.38㎡), 경기(7.69㎡), 인천(8.23㎡)보다 월등히 높고, 전국적으로 경북에 이어 7위다. 그렇다면 결론은 주변 산림이나 숲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도심의 녹지와 공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내년 7월1일이면 ‘도시공원일몰제’가 처음 적용돼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된 도시공원은 해제해야 한다. 대한민국 도시공원의 최대 위기가 도래한 셈이다. 대구도 범어공원을 비롯, 학산·두류공원 등지의 사유지를 매입하지 못할 경우 모두 풀어줘야 한다. 이러면 서울은 공원면적이 10분의 1로 줄어들고, 대구는 절반이 잠식된다는 추정치도 있다.

도시공원은 어린이가 뛰어놀 공간인 것은 물론 미세먼지 감소, 자동차 소음 흡수, 도심열섬 완화, 산소 공급 등 실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능이 있다. 늦기 전에 대처해야 한다. 더구나 이런 사안은 당대의 시장이나 관료가 업적 내세우기, 일회성으로 추진해서 될 일도 아니다. 10년, 30년, 100년을 바라보는 지구전이 필요하다. 진짜 잘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박재일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