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어린 의뢰인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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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42면   |  수정 2019-05-24
칠곡 계모 아동학대 다룬 실화, 허술한 사회시스템 경종
20190524

2013년 8월, 칠곡군 한 가정집에서 8세 여자아이가 맥박이 완전히 멈춘 채 응급실에 실려 왔다. 구타로 인한 내부 장기 파열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아이의 친언니가 “내가 동생을 때렸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평소 자매를 상습적으로 학대·폭행했던 계모의 강요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은 ‘칠곡 아동학대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고, 영화 ‘어린 의뢰인’은 이를 소재로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로펌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몇 년째 누나(고수희)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 “이젠 나가서 밥값이라도 벌라”는 누나의 등살에 못 이겨 고향 아동복지센터에 취업한다. 근무 첫날 정엽은 계모 지숙(유선)의 학대를 경찰에 신고한 10세 소녀 다빈(최명빈)을 만나게 된다. 이후에도 다빈과 남동생 민준(이주원)은 자신들을 친절하게 대해준 정엽을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정엽은 아이들이 귀찮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기다렸던 로펌 합격 소식을 듣게 된 정엽은 곧장 서울로 올라간다. 그리고 얼마 후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는다. 정엽은 어느 날 다빈이 민준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죄책감에 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학대 가해자인 부모가 당당히 큰소리치는 현실
사안의 심각성 불구, 돕지 못하는 사각지대 초점


‘어린 의뢰인’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당시의 사건을 재구성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영화를 연출한 장규성 감독 역시 “가장 크게 마음에 남은 것은 ‘미안함’이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려고 했던 것은 힘든 시간을 겪은 아이의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영화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 시스템의 허술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찰은 엄마의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음에도 도와줄 방법이 없는 아동복지센터 직원과 다빈의 담임교사는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반면 가해자인 부모는 “내 새끼 내가 때려죽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당당히 큰소리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카메라는 그런 다빈이의 부모를 단죄하기 위해 아이의 변호를 자처한 정엽의 고군분투에 주목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 주변에 무심했던 정엽이 뒤늦게 이를 반성하며 차츰 변화하는 모습에 관객 역시 함께 공감하며 그의 행보를 주시하게 된다. 진심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코믹 이미지를 배제한 이동휘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물론,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인물로 지숙을 그려낸 유선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섬세한 감정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낸 아역 최명빈의 연기는 압권이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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