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2.0]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10주기에 개봉하는 세 편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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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43면   |  수정 2019-05-24
노사모 활동 - 살기 좋은 농촌만들기 -봉하마을 시민 노무현의 기억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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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1946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가난한 농부의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키는 작지만 부지런하고 웅변에 뛰어나며 공부 잘하던’ 시골소년은 장학생으로 부산상업고등학교(현 개성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군 입대와 결혼, 첫 아이의 탄생과 큰형의 죽음 등을 겪고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다. 1977년 판사 부임을 거쳐 이듬해 5월 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1981년 부림사건 변론을 계기로 시국·노동 문제 같은 인권변호에 나선다. 이후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6월항쟁의 중심에 서며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열정의 시기’를 맞는다.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 김영삼의 공천을 받아 1988년 13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청문회 스타’로 얼굴을 알린다. 이후 지역주의에 도전해 치른 5번의 선거에서 4번 낙선하였고(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도전을 계속 이어갔던 이력이 알려지며 오히려 주목받는 정치인이 되었고 저 유명한 노사모 탄생의 계기를 만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다. 2001년 12월 국민참여경선에서 ‘노풍’을 일으키며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파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48.9%의 지지로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2008년 퇴임 후 고향에 돌아간 첫 대통령으로, 민주주의와 진보의 미래를 고민하며 친환경생태농업 중심의 살기 좋은 농촌마을 만들기에 정성을 쏟다 2009년 5월23일 자신의 사저 뒷산의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투신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서거 이후 해가 갈수록 추모의 열기기 가시지 않는 가운데 맞이한 10주기를 즈음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세 편의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먼저 4월18일 개봉한 ‘노무현과 바보들’은 정치인 노무현이 쌓아올린 행적보다 인지도 없는 변호사 출신의 한 국회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당선까지 하도록 후원한 ‘바보들’ 노사모의 행적에 주목한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생겨난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부터 이름보다 아이디로 기억되던 사람들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든다. 영화는 당시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직업도 제각각이었던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경선과 대선을 차례로 준비하는 과정과 함께 현재 노사모 회원들에게 지난 20여년의 소회를 묻는다.

이 작품으로 영화 데뷔를 하게 된 김재희 감독은 경남 지역에서는 잘 알려진 사진, 음향, 영상 전문가 집단 ‘스페이스 055’ 팀을 이끌고 있다. 영화에서 기록 영상을 제외한 모든 인터뷰 영상을 이 팀이 찍었다고. 약 3년에 걸친 기획 과정을 거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100명에 가까운 사람을 인터뷰해 김 감독이 담고 싶었던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노사모가 아닌 우리들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주체라는 것이다.

5월15일 개봉한 ‘물의 기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간 봉하마을에서 펼쳤던 ‘친환경생태농업 중심의 살기 좋은 농촌마을 만들기’가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한 마을을 바꿔놓았는지 보여준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바람은 노 전 대통령의 숙원이었다. 영화에서 잠시 멈춰선 물에 논을 만들고 오리와 우렁이를 풀어 병충해와 잡초를 잡아먹게 하는 오리 농법과 우렁이 농법이 자세히 등장한다. 공장 폐수로 오염되어 죽은 하천으로 여겨졌던 화포천이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된 것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귀향 후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쓰레기들을 직접 치웠던 곳이다.

진재운 감독은 2012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도요새를 추적하는 영화 ‘위대한 비행’으로 호평을 받았던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부산경남 민영방송국 KNN 소속 기자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30편이 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물의 기억’은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가인 그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한 영화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 10주기이기도 한 5월23일 개봉한 ‘시민 노무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퇴임 후 귀향을 선택한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 고향 봉하마을에서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하려고 했을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다큐멘터리로 이전에 노무현을 그린 다큐멘터리 가운데 처음으로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평범한 시민 노무현이 봉하마을에서 보낸 454일에 주목했다. 대통령에서 시민으로 돌아온 노무현과 마을 주민들, 그를 보러 온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유쾌한 일상을 생전 기록 영상과 그의 벗들, 자원봉사자들의 증언과 함께 재구성 됐다.

백재호 감독은 ‘그들이 죽었다’ ‘대관람차’ 같은 청춘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보다 그가 꿈꿨던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제작진은 이 작품의 연출자로 젊은 세대의 감독을 찾던 차에 백 감독이 노무현 리더십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을 알고 이 영화의 연출을 제안했다고. 그래서 영화는 훨씬 산뜻하고 감각적인 느낌으로 젊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러 관련 책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추모의 성격이 강했다. 최근 돌베개에서 펴낸 7권짜리 전집도 유의미할 것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송평 박사의 ‘노무현의 길’(책으로보는세상)에서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 그는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술 작업을 도맡으며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이로 현재 대구노무현시민학교 교장으로 있다. 노무현재단이 정한 이번 서거 10주기 슬로건이 ‘새로운 노무현’이라고 한다. 시민 가운데 대통령이 되었던, 그리고 다시 시민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그가 꿈꿨던 세상은 지금 어느만큼 왔는가.

독립영화감독, 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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