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로 만든 숙취해소제 ‘굼방깨요’ 韓·中·日서 특허등록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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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5 06:23  |  수정 2019-05-25 06:24  |  발행일 2019-05-25 제13면
■ 식용 굼벵이 스마트팜 경산 <주>성암인섹트
20190525
① 성암인섹트 손만호 대표가 자체개발한 자동화 설비를 가리키며 굼벵이 사육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② 굼벵이는 간암, 간경변증, 간염, 누적된 피로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③ 활용도가 확대되면서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곤충. ④ 단백질보충제 ‘활력진굼(분말, 환)’,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70%는 곤충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익충·해충으로 구분되는 벌레에 불과했지만 인류를 위한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자원’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곤충의 활용도가 애완에서 농업과 식품 등으로 확대되면서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곤충산업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제1차 곤충산업육성 5개년 계획이 시행됐고, 현재 곤충산업 육성 2단계 5개년(2016~2020년) 계획이 마련돼 있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곤충사육 농가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0년 265호에서 지난해 2천17호까지 늘었다. 이중 21.2%를 경북이 차지한다. 경북은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곤충사육 농가가 많다. 2014년 68곳에서 지난해 427곳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수백곳의 농가 가운데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에 유리한 스마트팜을 도입한 곳이 있다. 경산에서 7년째 곤충사육을 하는 농업회사법인 <주>성암인섹트다.

◆곤충 사육, 미래산업으로 급성장

지난 17일 경산 압량면 성암인섹트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팜. 이곳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식용곤충을 자동화 사육하고 가공한다. 이를 통해 생산량은 30% 늘리고 노동력은 70% 절감했다.

공장에 들어서니 ‘굼벵이’로 통용되는 흰점박이꽃무지(풍뎅이의 일종)의 애벌레로 만든 숙취해소제 ‘굼방깨요’와 단백질보충제 ‘활력진굼(분말, 환)’이 보였다. 성암인섹트에서 자체 개발한 브랜드 ‘모닝벅스(Morning Bugs)’의 이름을 붙인 상품들이다. 이 중 굼방깨요는 한·중·일 3개국 특허를 등록했다.


정보통신기술로 곤충 자동 사육
생산량 30%증가 노동력 70%절감
먹이 직접생산 병충해 노출 안돼

손대표, 제조업하다 2003년 귀농
브랜드·자동화설비도 자체 개발
“대기업이 뛰어들면 타격” 걱정

곤충 활용도↑ 자원으로 재조명
정부, 미래신성장산업으로 육성
곤충사육농가 21.2% 경북 위치



공장 내부는 굼벵이 자동화 사육실과 굼벵이의 먹이가 되는 톱밥 배합발효실 등으로 나눠져 있다. 굼벵이는 톱밥이 든 선반에서 자동으로 사육된다. 사육실은 온도 28℃, 습도 55~60%로 자동 조절된다. 먹이를 사다 쓰지 않고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병충해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자체 개발한 자동화 설비는 작업일지와 재고기록을 알아서 관리한다. 알에서 부화한 굼벵이가 자라는 30~35일간 실시간 관리해준다. 전산화된 기술 덕분에 간편해진 것이다.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어 작업시간은 단축된다. 그에 따라 대량 사육에도 노동강도는 낮고 질병 통제가 용이하다. 체계적인 사육으로 균등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손만호 대표는 “2013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에서 바퀴벌레를 갈아서 굳힌 ‘프로틴바’를 주식으로 먹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에는 감독의 괴상한 상상력에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곤충식품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육류가 부족해지면 곤충을 먹어야 된다. 영화에선 지저분한 환경인 데다 바퀴벌레여서 거부감이 들지만 굼벵이는 굉장히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성암인섹트를 설립한 손 대표는 제조업 관련 사업을 하다가 2003년 귀농했다. 당시 자그마한 규모의 사슴농장을 8년가량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곤충산업에 뛰어들었다. 밑천이 별로 들지 않아 부담이 적다는 게 이유였다. 손 대표는 2013년 장수풍뎅이를 사육하다가 이듬해 식용곤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굼벵이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전국을 돌며 곤충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식견을 쌓았다. 한국곤충산업협회 이사로 활동하거나 경북곤충산업협회장(현재 고문)을 역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팜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직접 연구개발하다가 지난해 자동화 사육시설을 설치하게 됐다. 제조업 관련 사업을 하던 1990년대 자동화된 일본의 창고를 보면서 자동화로 작업이 매우 편해진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던 터라 적극적으로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곤충산업이 점점 미래 녹색산업으로 자리잡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든든해졌지만 오히려 손 대표의 걱정은 크다. 건강식품으로 등록되는 굼벵이가 기능식품으로도 허가를 받을 경우 제약회사에서 나서게 돼 농가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2014년 1㎏에 20만원씩 하던 굼벵이가 현재는 1㎏에 5만원까지 떨어졌다.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판로까지 확보할 수 있는 큰 기업에서 곤충산업에 뛰어들면 작은 농가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면서 “귀농을 하니 현실이 암담하다. 농민들은 큰 것은 놓치고 작은 걸로 싸운다. 농민들이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레’에서 ‘산업’으로 변신

곤충은 미래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의약품이나 화장품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는 데다, 농약 대신 해충을 제거하고 식물의 꽃가루를 매개해주는 친환경기술도 떠오르고 있다. 국내 곤충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국내 곤충시장 규모가 2011년 1천680억원에서 2015년 3천39억원으로 2배 커진 데 이어 2020년에는 5천363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농촌생태관광과 지역 곤충축제 등을 활성화하고 있는 단계다.

유망한 미래 산업자원으로 꼽히는 곤충의 산업화에서 빠질 수 없는 분야는 ‘미래 대안 식량’이다. 기후변화와 물 부족 등으로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뒤따라가지 못할 경우, 번식력이 좋고 영양적 가치가 뛰어난 곤충이 인류의 새로운 식량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곤충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인정받은 건 2013년 무렵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가 식용곤충을 작은 가축으로 명명하면서 경제적 가치가 향상됐다.

곤충은 고단백질, 비타민, 섬유질, 미네랄 등이 풍부한 영양가 높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갈색거저리 유충(밀웜)은 UNFAO가 지정한 미래 식량자원이다. UN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갈색거저리 유충의 불포화 오메가-3 및 6계 지방산의 성분은 생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나 돼지보다 높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함량은 생선이나 육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탁 위에 식용곤충이 올라오면 거부감이 앞선다. 겉모양 때문에 선뜻 입에 넣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곤충을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분홍색을 내기 위해 딸기우유나 소시지에 함유하는 코치닐 색소는 연지벌레로 만든 것이다. 녹차 아이스크림 등의 초록색은 누에똥 색소를 사용한다.

현행법에서 곤충의 함유량에 따라 곤충식품을 정의하지는 않지만,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용으로 인정한 곤충은 총 7가지다. 식용누에 번데기와 백강잠, 벼메뚜기, 쌍별귀뚜라미, 갈색거저리 유충과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이다.

인류가 단백질을 얻는 돼지나 소는 기초대사량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먹이와 물을 먹어야 하는 정온동물이다. 보통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 드는 물의 양은 약 1만6천ℓ에 달한다. 1.8ℓ 페트병으로 계산하면 약 8천900병이 사용된다. 돼지 1㎏은 4천800ℓ, 닭 1㎏을 생산하려면 3천900ℓ의 물이 사용된다. 그에 반해 변온동물인 곤충은 1㎏을 생산하는 데 기존의 육류 대비 1천500 분의 1 정도의 물만 필요하다.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소고기 1㎏을 섭취했을 때 138g의 단백질을 얻는다면, 갈색거저리 유충 1㎏을 섭취할 경우 186g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지방 역시 불포화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수분을 제거한 굼벵이의 경우 100g당 단백질 함량은 58g으로 가장 단백질이 많은 식품으로 꼽히는 닭가슴살(23~25g)과 갈색거저리 애벌레(53g)보다 많다. 지방은 100g당 18g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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