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서술’과 ‘묘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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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3 07:58  |  수정 2019-06-03 08:58  |  발행일 2019-06-03 제18면
20190603

강의 시간에 자주 질문을 받는 것 중 하나가 글 쓰는 방법에서의 묘사와 서술, 또는 진술의 문제입니다. 묘사에 치우친 글의 보편적인 진정성에 대한 모호함과, 진술에 기댄 글의 이미지와 상상력의 부재에서 오는 빈약한 문학적 공간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대화, 서술, 묘사는 문학의 대표적인 문체입니다. 시의 경우, 문체를 기준으로 크게 ‘서술시’와 ‘묘사시’로 분류할 수 있는데, 사실 서술시와 묘사시는 큰 갈래 명칭도 아니고 역사적 장으로서 작은 갈래 명칭도 아니랍니다. 그것은 우리가 형식에 따라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로 분류하듯이 문체에 따라 분류된 것에 지나지 않지요. 그런데 실제 글을 쓸 때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문체가 제재의 차이에 따라 선택된다는 점과 그 글의 효과는 공감의 궤를 달리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서술시는 삶의 과정과 삶의 조건을 다루는 반면 묘사시는 감각적 대상과 그 특질을 다룬다는 것의 차이가 존재할 따름이지 완벽한 서술, 완벽한 묘사만으로 된 글이 반드시 잘된 것이라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한 맥락을 기준으로 해서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민중문학이나 구비문학처럼 화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상이나 정서의 객관적 상관물이 되는 게 서술시의 전형입니다. 그리고 그 진술은 삶의 과정이나 삶의 조건을 다루며 살아 있는 실제의 인간이 포괄됩니다. 즉 배제의 원리가 아닌 포괄의 원리에 의거하여 글이 이루어진다는 점이지요. 고대 가요인 ‘처용가’ ‘헌화가’ 등의 신라 향가와 ‘쌍화점’ ‘정읍사’ 등의 고려 속요, 그리고 조선시대의 사설시조, 서민가사, 기행가사 등이 이에 속하는데 특히 우리의 대표적 민요인 ‘아리랑’도 이야기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술적인 면이 부각됩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백석, 신경림의 시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이 묘사인데, 구체적인 사물의 정황을 안으로 내재하면서 비유나 이미지를 사용, 발현하면서 대상과 대상의 특질을 재생하지요. 따라서 서술적 글에는 사건(정황)이 지배소가 되지만 묘사적 글에서는 이미지가 지배소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는 이미지가 시의 구성 원리이듯 신선하고 생생한 감각은 모든 시의 본질이므로 묘사를 배제하고서는 시를 쓰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사물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것을 대상으로 정립시킴으로써 대상의 존재의미를 인식하는 것이 묘사의 중요한 기능으로 작용하고, 시적 진술의 한 문체인 묘사는 시의 인식이라는 명제가 성립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이때 묘사 된 대상은 실제 사물과는 다르다는 것이 묘사시의 특징이자 매력이기도 합니다. 묘사시의 이미지는 자연적 사물이 갖지 않은 어떤 것을 지니고 있으며 그 사물의 특별한 면을 부각시킨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화자가 대상으로 선택한 만큼 인간적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묘사나 진술이거나 어떤 글의 형태를 막론하고 사물과의 일정한 거리, 대상의 존재의미를 인식하게 하는 것에 글의 완결성이 달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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