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정옥 대구시 숙련기술협회장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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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7   |  발행일 2019-06-07 제35면   |  수정 2019-06-07
“연륜·경험 쌓일수록 가치 높아지는 숙련기술인…퇴직없는 평생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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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숙련기술협회 이정옥 회장이 그의 피부미용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술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건물로 이정옥 대구시 숙련기술협회장(63)을 만나러 갔다. ‘e향기로운스킨케어’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60대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름이 거의 없는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띤 이 회장의 모습은 족히 10년은 어려보였다. 게다가 만만치 않은 그 나이에도 1인숍처럼 대부분의 손님을 그가 직접 관리해주고 있다. 피부 관리라는 것이 쉽지 않은데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70대 중후반에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분도 제법 많다. 기술은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기술인의 최대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기술인의 시대, 전문가의 시대라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기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이 회장은 “현대기술의 최정점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기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는 기술이 아닌 공부를 가르치고 싶어한다. 기술인들에 대한 인식이 아직 그리 좋지 않고 사회적 지위도 높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숙련기술협회가 숙련기술인들이 모인 단체라고 했습니다. 숙련기술인에 대해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전문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보통 숙련기술인이라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명장이나 명인, 기능올림픽대회 입상자 등이 대표적인 숙련기술인이라 할 수 있지요. 패션, 제과제빵, 미용, 자동차정비, 시계수리, 요리 등 다양한 숙련기술분야가 있습니다. 숙련기술인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이들이라 보면 될 것입니다. 현재 대구시숙련기술협회의 회원은 180여명에 이르며 대한민국 창호 명장인 이종한 초대회장을 비롯해 2대 회장인 최영준 대구공업대 교수(요리), 3대 회장인 윤환섭 제과기능장 등 많이 분들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4대 회장인 저를 도와주고 있는 정태호 수석부회장 역시 시계수리의 명장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패션·제빵·車 정비·요리 다양한 전문직 기술
각분야 최고 기술 자랑 대구지역 회원 180여명
사회적 위치, 예전보다 좋지만 아직 갈길 멀어
월 1회 이상 재능기부형 봉사 열정적으로 참여

젊은시절 사무직으로 일하다 피부 미용에 관심
대구 최초 헤어미용과 분리된 피부미용업 종사
피부관리사 국가자격증 지속 요구, 2008년 관철
각 대학 관련 학과 늘어나면서 많은 인력 배출
끊임 없이 노력하면 업계 최고 자리 오를수 있어



▶숙련기술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요.

“가장 무게를 실어 추진하는 일은 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비해 기술인들의 사회적 위치가 높아졌다고 하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기술직으로 일하면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에 자녀들을 기술인으로 키우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1~2명의 자녀를 키우고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귀하게 키운 자식들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숙련기술인분야에서 편물 등 사라지는 분야도 생겨나고 있지요. 아직 기술인들이 저평가 받고 있기 때문인데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줄고 있습니다. 숙련기술협회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술인을 양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기능대회나 전국기능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 이런 대회에 나가려는 기술인들의 멘토역할도 해주고 있습니다.”

▶협회에 숙련기술인들이 많은 만큼 재능기부형태로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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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숙련기술협회가 지난해 연 연말합동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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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숙련기술협회의 국제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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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숙련기술협회가 2015년 실시한 재능기부봉사.

“숙련기술협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가진 이들이 회원으로 있기 때문에 재능기부형 봉사를 월 1회 이상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여성,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집수리, 전기수리, 이·미용, 옷수선, 빵나눔 등의 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나눠서 자신의 기술로 봉사를 하는데 다양한 봉사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가끔 할머니들에게 손마사지, 네일 등을 해 드리면 기대 이상으로 좋아합니다. 작은 도움에 기뻐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회원들도 기쁨과 보람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봉사활동에 회원 모두가 열성적으로 참여합니다.”

▶지난해 11월 숙련기술협회장을 맡기 전에도 피부미용 관련 단체의 회장을 오랫동안 맡은 것으로 압니다. 대구지역 피부미용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2000~2002년 한국피부미용관리사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을 맡았습니다. 2010~2018년에는 한국피부미용사회 중앙회 이사와 대구시지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한국피부미용사회 대구지회장으로 있을 동안 대구시장배 피부미용경진대회를 만들어 지난해까지 9회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외국관광객에게 지역뷰티산업을 알리기 위한 대구시뷰티센터를 대구시 지원으로 설립해 센터장을 맡았습니다. 대구의 뷰티산업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대구의 특장점을 살리기 위해 뷰티관련 사업들을 다양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어떻게 피부미용업에 종사하게 되었는지요.

“젊은 시절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꽤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나이가 많으면 사무직 직원으로 근무하기가 힘들어 퇴사한 뒤 건축, 인테리어 관련 공부를 하러 서울로 갔습니다. 여러 학원을 찾아다녔는데 개강 날짜가 맞는 게 없더군요. 그즈음 우연히 신문을 보니 피부미용학원생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이었는데 그때는 피부미용이라는 말조차 낯설었습니다. 제가 피부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있을 때 피부미용을 배워 제 피부나 관리해 보자고 시작했지요. 이것이 평생 직업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대구지역에서 피부미용업에 종사한 초창기 멤버라고 하셨는데요.

“1986년부터 대구 최초의 피부미용실이라 할 수 있는 미가람에 입사해 몇달 다닌 후 이 피부미용실을 인수했습니다. 그 뒤에 상호를 몇차례 바꿔가며 피부미용실을 운영해 현재 동성로까지 왔습니다. 초창기에는 피부미용실이 독립되어있지 않고 헤어미용실에서 피부미용을 같이했지요. 피부미용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은 IMF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인 1990년대 말입니다. 실직자들이 피부미용업에 관심을 갖고 피부관리실을 창업하면서 피부미용이 헤어미용과 별도의 장르로 구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피부미용업 종사자가 늘면서 정부에 피부관리사 국가자격증 시험 실시를 꾸준히 요구했고 2008년 비로소 첫 국가자격증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이런 피부미용업의 발전과정을 쭉 지켜봐온 산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한때 대구가 피부미용업의 메카로 이름을 떨친 것으로 압니다.

“아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가 최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다음으로 대구경북지역 대학에서 피부미용관련 학과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지역의 피부미용업이 활성화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기술을 배우러 대구에 왔지요. 피부미용관련 학과가 4년제 대학에 잘 없는데 지역에는 대구한의대, 경일대에 있습니다. 저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하향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전국 대학에 관련학과가 생기고 수도권 집중현상도 심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피부미용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대학에 피부미용 관련 학과가 늘어나면서 배출되는 인력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기술을 배운 뒤 피부미용실 등에 취업해 기술을 탄탄히 쌓은 후 창업했지만 요즘은 관련대학 졸업 후나 자격증을 딴 뒤 바로 창업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피부미용관리실이 난립하게 되었고 과다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수준과 가격 하락 등의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지요. 고객들은 잘 모를 수 있으나 피부미용실의 수준 차이가 큽니다.”

▶피부미용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예전에는 피부미용은 부유층이 받는 것이라 생각해 피부미용실 가는 것을 숨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중화되어서 피부미용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지요. 예전에는 피부미용이 미적 아름다움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요즘은 건강을 위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피부미용업의 미래는 밝다고 할 것입니다. 그 대신 숙련된 기술을 가지려면 이와 관련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저는 경락, 근육, 해부 등에 대한 공부까지 했습니다.”

▶왜 공부가 필요한지요.

“저는 지금도 직접 손님들의 피부관리를 해줍니다. 전신관리 등을 하면 관리를 해주는 이의 기운이 빠진다, 힘이 든다는 등의 말을 하는데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잘 알고 한다면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닙니다. 피부관리는 관리를 해주는 이와 받는 이의 에너지 소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주는 이가 받는 이의 좋은 기운을 얻을 수도 있지요. 저는 지금도 시간날 때마다 산행 등의 운동을 합니다.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통해 저의 좋은 기운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술인의 장점도 많다고 하셨는데요.

“저부터 보십시오. 피부관리업은 자신의 건강만 허락하면 퇴직 없이 계속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란 것이 대부분 그러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체력만 된다면 눈을 감는 날까지 할 수 있는 평생 직업입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기술인의 중요성을 알고 대우해 준다면 숙련기술인들이 넘쳐나는, 강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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