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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충북 단양강 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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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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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강물 벼랑에 매달린 길위로 내딛는 발걸음

단양강 잔도. 정면은 상진철교, 만학천봉 위에는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앉아 있다.
단양강 잔도 대부분에 낙석방지 등을 위한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 사방의 천하가 열린다.
전망대 꼭대기에 바닥이 투명한 하늘길이 나 있다.
오전의 강바람은 찼다. 얇은 블라우스 속에서 어깨가 떨렸다. 구름은 묵은 솜이불처럼 두꺼웠지만 곧 물러날 뜻을 내비치듯 희미한 푸름을 머금고 있었다. 점퍼를 단단히 챙겨 입은 중년의 부부가 깍지 낀 손을 흔들며 경쾌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발걸음 아래로 강물이 흔들렸다. 윤슬이 반짝였다. 하늘은 점점 푸른색으로 번져 나갔고 햇살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숨어있는 스피커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 나왔다. 벼랑에 매달린 길, 커다란 강과 함께 흐르는 길, 단양강의 잔도(棧道)는 백작의 가슴 위에서 반짝거리는 긴 목걸이 같았다. 호사였다.

소원 빌면 이뤄진다는‘만학천봉 단애’
나무 데크로 이어진 ‘잔도’ 1천200m
총 5구간 16.1㎞ 걷는 길, 볼거리 천지
천천히 조용하게, 느릴수록 호사스러움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하늘 전망대
만개 골짜기, 천개 봉우리가 굼실거려

◆단양강 잔도

단양강은 한강이고, 남한강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상진(上津)’이라 기록되어 있다. 상진대교를 건너며 옛날에 나루가 있었겠다고 생각했는데 단양강을 통째 진(津)이라 했던 모양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단양강은 ‘천 바위와 만 구렁에 한강(一江)이 돌고, … 긴 강(長江)이 옷깃처럼 싸고 일만 산을 돌았다’고 묘사되어 있다. 그렇게 흘러 흘러온 단양강은 단양 읍내를 크게 감싸며 굽이치고 상진대교와 상진철교 아래에서 다시 한 번 남쪽으로 크게 휘면서 벼랑을 깎아 세운다. 만개의 골짜기와 천개의 봉우리라는 만학천봉(萬壑千峯)의 단애다. 도포를 닮았다고 ‘옷바위’라고도 부른다. 도포자락에는 포효하는 호랑이 문양이 있어 예부터 신성시되었고 하나의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잔도는 그러한 벼랑에 매달려 있다.

상진대교를 건너면 바로 나무 데크로 이어진 잔도가 시작된다. 상진철교 아래를 지난다. 기차가 지나갈 때는 잠시 기다렸다가 가라는 안내 문구가 있다. 전동 휠체어, 전동 휠, 퀵 보드는 통행금지다. 잔도의 전체 길이는 1천200m, 폭은 2m 정도다. 대부분이 나무 데크 길이지만 중간 중간 발아래가 훤한 곳이 있다. 낙석지대 푯말이 붙은 곳에는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있고 벼랑 쪽에는 철망이 쳐져 있다. 벼랑을 뒤덮은 풀냄새가 향긋하다. 여리고 노란 꽃들이 철망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음악은 내내 끊이지 않는다. 베토벤과 쇼팽과 크라이슬러가 잔잔하다. 포르테조차도 은근하다. 음량을 결정한 이에게 경의를. 강물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긴 머리의 여자가 시폰 원피스를 사각거리며 지나간다. 커플티를 입은 연인이 속닥거리며 지나간다. 멀리 철교 위를 기차가 지나간다. 천천히 조용하게. 이 길에서는 느릴수록 호사스럽다.

대단히 북적거리는 단체 관광객이 밀물처럼 온다. “이런 산책길이 또 어디 있겠어요.” 인솔자의 말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책무의 기쁨이다. 곧 공중 정원과 같은 길이 나타난다. 푸른 나뭇가지 아래에 벤치가 놓여 있고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고요함을 배우고 한가로움을 훔친다.’ 이제 잔도는 끝이다. 길 끝에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계신다. “이곳이 공식적인 잔도 입구인가요?” “그렇죠.” 단양강 잔도는 2017년 9월1일 열렸다. 단양에는 여러 길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강과 함께하는 길은 ‘느림보 강물길’이다. 총 16.1㎞에 1구간 삼봉길, 2구간 석문길, 3구간 금굴길, 4구간 상상의 거리, 5구간 수양개역사문화길로 나뉜다. 단양강 잔도는 그중 5구간에 속해 있다. “전망대는 저쪽으로 가면 됩니다.” 수많은 길들과 수많은 볼거리들이 있지만 ‘잔도’와 ‘전망대’는 단양이 ‘가장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만학천봉의 전망대, 만천하스카이워크

평일인데도 주차장은 만차다. 전망대 매표소 가는 길, 머리위로 사람들이 난다. 전망대 옆에 집 와이어 시설이 있다. 만학천봉 꼭대기에 전망대가 보인다. ‘만천하스카이워크’다.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형상이 런던시청과 닮았다. 매표를 하면 셔틀버스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른다.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 곧장 치고 오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셔틀버스는 만학천봉의 뒤쪽 산자락을 타고 굽이굽이 오른다. 그만큼 강변 쪽 가파름이 심하다는 뜻일 게다. 오르는 길도 장관이다.

전망대가 앉은 봉우리가 꽃밭이다. 하늘 길 놓인 자리가 꽃자리다. 지나치게 어여뻐서 자꾸만 멈춘다. 그러나 전망대의 완만한 슬로프에 발 딛자 어여쁨도 잊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 그때마다 사방의 천하를 보여주는 길이 몽롱하고 하늘로 오르는 사람들의 실루엣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 만개의 골짜기와 천개의 봉우리가 만학천봉의 단애를 뒤따르듯 굼실굼실하다. 동남쪽으로는 일만 산을 돌아 나온 강이 단양읍을 감싸고 멀리 소백산 비로봉이 아련하다. 남서쪽으로는 제자리에서 멀어지는 커다란 단양강과 죽령이 거침없다.

정상에서 다시 세 방향으로 하늘길이 나 있다. 투명한 바닥은 120m 아래로 수직낙하하는 허공이다. 어떤 이들은 성큼성큼 신처럼 걸어 들어가고, 어떤 이들은 선뜻 발 들이지 못한다. 투명한 바닥의 단단한 프레임만을 골라 디디며 휘청휘청하는 누군가도 있다. 나와 하늘길 사이의 일은 영원한 비밀이다. 이제 하늘은 맑아졌고 대기에서는 열기가 느껴진다.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환하고 다시 내려서는 걸음들은 빠르다.

잔도 입구의 너른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길가에 어묵과 번데기, 커피와 매실차, 컵라면을 파는 노점이 있지만 손님은 없다. “여기 먹을 게 별로 없다는 걸 이제 사람들이 다 아니까 싸오는 거예요. 이제 부침개도 할거예요. 어묵 어때요? 특별히 주문한 좋은 거예요.” 한나라 유방이 불태워버린 잔도를 생각한다. ‘잔도를 불태운다’는 것은 배수진을 치고 승부를 준비한다는 의미다. 싸들고 온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노점 주인에게서 승부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 잔도를 걷는다. 이번에는 강의 흐름을 거슬러가는 길이다. 멀리서 세 여인이 빙글빙글 춤을 추며 다가온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55번 중앙고속도로 단양IC로 나간다. 5번국도 단양로를 타고 계속 직진해 상진대교를 건넌 뒤 오른쪽 만천하스카이워크 이정표 따라 내려가 좌측 통로암거를 지나면 공용주차장이 있다. 이곳이 상진대교 아래 잔도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보통은 만천하스카이워크 주차장을 이용한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앞에 단양강 잔도의 공식적인 입구가 있다. 휴일에는 만천하 스카이워크로 들어가는 길의 정체가 심하다. 단양읍의 단양보건소 주변이나 단양역 등에 주차하고 강변길을 따라 잔도를 걸어서 만천하 스카이워크를 보고 다시 되돌아오는 이들도 많다. 잔도는 왕복으로 2.4㎞ 정도, 1시간 남짓이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이용요금은 성인 3천원, 청소년과 어린이, 경로 2천500원, 단체일 경우 500원 할인된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월요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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