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방수포·각종 부유물…침몰 당시 긴박했던 순간 그대로 떠올라

  • 입력 2019-06-12 00:00  |  수정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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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이 시작된 1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 인양현장에서 대원들이 선미 쪽 객실 수색을 마친 뒤 선수쪽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햇살로 반짝이는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물살 속에 희끄무레한 선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대기 중에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11일(현지시각) 오전 6시50분께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와이어를 당기기 시작한 지 20분이 지났을 무렵 ‘허블레아니호(號)’가 조타실을 비롯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갑판까지 드러낸 선체는 찢어진 푸른 방수포와 선체에 엉겨붙은 각종 부유물로 어지러웠다.

조타실 창이 온전히 드러나 그동안 실종됐던 선장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보이자 취재진 사이에서는 ‘헉’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29일 크루즈선에 뒤를 들이받혀 침몰한 지 13일 만인 11일 건져낸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모습은 사고가 얼마나 급박하게 일어났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선장 경력만 24년이나 되는 ‘베테랑’ 선원도 조타실조차 빠져나오지 못했다. 뱃머리에는 사용하지도 못한 구명튜브 세 개가 무심하게 매달려 있었다.

선장의 시신을 수습한 지 20분 만에 조타실 뒤편, 선실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바로 아래 위치에서 연이어 시신 2구가 더 수습됐다. 추돌 후 7초 만에 배가 침몰하며 물이 쏟아져 들어온 바람에 승객들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다.

방호복을 입고 작업 바지에서 대기한 한국 구조대원들은 시신을 넘겨받은 후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인양된 시신은 대기 중이던 경찰보트에 실려 감식 장소로 옮겨졌다.

인양작전과 실종자 수색·수습 내내 작업 현장 주변 대기는 긴장감이 가득찼다. 평소라면 출근 시민과 이른 관광객 소음으로 가득했을 머르기트 다리는 이날 인양 작업으로 보행자 통행이 제한되며 낯선 고요함이 흘렀다. 머르기트 다리에는 인양 장면을 취재하는 한국과 헝가리 언론, 외신 취재진 약 130명이 몰렸다.

인양이 시작된 지 약 1시간30분이 흐른 후 돌발상황이 생기며, 수색이 중단됐다. 선체 후미의 파손 정도가 예상보다 심한 것으로 드러나며 선미에 와이어를 추가로 거는 작업이 진행됐다. 작업을 지켜보는 관계자와 시민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이날 작업 현장 가까이에 실종자 가족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경찰의 통제선 밖 곳곳에는 시민들이 수십명씩 모여 인양 현장을 지켜봤다. 실종자를 찾았다는 소식이 다행스럽다면서도,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입을모았다.

일부 부다페스트 시민은 ‘말도 안 되는 비극’이라며 흥분했다.

자리에 못이 박힌 듯 뚫어지게 인양 장면을 지켜보던 대학생 나나시 에뫼케(19)는 “중부 유럽에서 어떻게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다"면서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을 당한 한국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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