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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의 시각화…“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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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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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서 박종규 개인전…회화·영상·설치 작품 등 선봬

박종규 작가 전시 전경.
“햇볕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박종규 작가<사진>가 겸연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10일 대구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작품 설치를 위해 지난 3주 동안 대구미술관에 매일 출근했다. 미술관 주변에 그늘막이 없어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고 밝혔다. 작가는 작품 제작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에도 신경을 쏟는다. 2017년 아트 바젤 홍콩의 인사이트 섹터에 초대를 받았을 당시 부스를 직접 꾸미기도 했다.

독일어로 ‘항해하다’는 뜻을 가진 ‘~kreuzen’을 타이틀로 정한 작가의 개인전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의 신작을 볼 수 있다. 스스로 “난 장르가 없다”는 작가의 말이 이해될 정도로 매체의 스펙트럼이 넓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기본단위인 픽셀에서 추출한 점과 선으로 ‘노이즈’를 구현해왔다. 대구미술관에서도 노이즈의 다양한 변주를 살펴볼 수 있다. 노이즈는 ‘소음·잡음’을 뜻한다. 현대음악에선 ‘배제된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모더니즘에서 배제된 노이즈의 가치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노이즈는 작가의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노이즈가 ‘증식’되면서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증식을 위해 나름대로 공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노이즈의 증식은 작품 전체가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작가는 “하나에서 모든 작품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처음 암막이 드리워진 공간으로 들어서면 흑과 백으로 구성된 노이즈 화면이 눈에 확 들어온다. 사람을 인터뷰한 정상적인 영상과 바닥에 그 인터뷰 장면이 노이즈로 전환된 것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를 묻고 싶었다”고 했다. 인식체계에 대한 전복을 다룬 작품이다. 옆방은 ‘흐트러진 우주공간’을 연상케 한다. 영상과 거울이 결합됐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면 우주 속을 날아다니는 느낌이 든다. 무중력 상태의 어지러움이 전해진다. 작가는 “어지럽도록 의도했다”고 했다. 공간은 물론 시간도 혼란스러운 방이다.

대구미술관 이동민 학예연구사는 “작가는 영상 작업을 통해 노이즈를 공간화했다. 노이즈가 입체적으로 구현되면서 작은 구멍에서 나오는 빛을 만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빠져나오면 갑자기 환해진다. 작가의 계산된 동선이다. 작가는 “영화관에 있다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온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밝혔다. 시각적 강렬함이 전달된다. 작가의 두 번째 공간에선 설치작과 평면작을 볼 수 있다. 평면작은 150호 이상의 대작이다. 이동민 학예연구사는 “작가의 작업 스케일이 거대화되면서 감각적 경험이 더 강렬해졌다”고 했다.

디지털 이미지를 시각화하면서 작가는 ‘21세기 화가’로 불린다. 차갑고 이성적인 느낌이 드는데 작품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작가는 “회화의 노동성”이라고 말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섞인 노이즈다. 9월15일까지. (053)803-79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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