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中철강업체 유치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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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2

세계 1위 스테인리스강 원자재 제조사인 중국 칭산(靑山)철강그룹이 부산에 대규모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철강업계와 포항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칭산철강그룹은 국내기업과 각각 50%씩을 투자, 올 하반기 공장을 착공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달 27일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철강업체인 칭산철강의 상륙 소식이 전해지자 포항시와, 철강업계, 노동계 등은 국내 철강업 고사(枯死)와 철강도시 포항이 입을 타격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의향서에 따르면 칭산철강은 1억2천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6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부산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다. 국내 내수 시장 규모는 103만t인데 생산 능력은 189만t으로 공급과잉 상황이다. 지금도 공장 가동률이 70%도 안 된다. 특히 수입 냉연강판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국내 수요의 40%를 수입품이 잠식한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막강한 자본력에 일관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 대형 철강업체가 외투기업 세제혜택을 무기로 대량 판매에 나설 경우 국내 냉연 제조업 기반 붕괴와 대량 실직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

철강업계는 칭산철강이 미중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무역규제로 열연제품 판매처가 막히자 수출판로를 찾기 위해 국내 냉연공장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에서 공장을 가동하면 향후 한국산으로 미국·유럽에 수출해 무역제재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이 부산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인도네시아 소재를 가공한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된다면 한국은 우회 수출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무역제재의 빌미가 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국내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조선·자동차·건설업 부진 여파, 오염물질 배출 논란에 따른 조업정지 위기 등 3중고(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다 중국 업체마저 저가제품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한다면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철강은 자동차·전자 등 국내 핵심 산업에 필수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부산시의 외자유치 노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칭산철강 투자 유치는 개별 지자체의 투자유치 실적에 앞서 철강업계와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부산시는 득보다 실이 우려되는 중국 철강업체 투자 유치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도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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