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빅나인 “대구 인디뮤지션의 기댈 언덕 될게요”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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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3 07:58  |  수정 2019-06-13 07:58  |  발행일 2019-06-13 제22면
평론가·뮤지션 등 10여명 필진 참여
올 초부터 인터뷰·음반리뷰 등 소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추구
웹진 빅나인 “대구 인디뮤지션의 기댈 언덕 될게요”
웹진 빅나인의 필진 채지화씨, 공동편집장을 맡고 있는 고창일·정희섭·정성훈씨, 필진 조은별씨(왼쪽부터) .

“‘내가 음악해서 뭐해’하는 순간에 한 명이라도 들어주면 포기 못하거든요. 저희 존재만으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웹진 ‘빅나인’(bigninegogoclub.tistory.com)은 지역 뮤지션들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빅나인(Bignine)은 말 그대로 ‘대(大)구(九)’라는 의미다. 올해 초부터 운영을 시작한 빅나인은 지역 뮤지션들을 조명하고 있다. 다소 부족한 지역의 뮤지션에 대한 아카이브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빅나인의 목표다. 고창일, 정성훈, 정희섭씨 등이 공동편집장을 맡고 있고, 지역의 뮤지션과 음악팬,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평론가 등 10여명의 필진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연령대와 음악적 취향은 다양하다.

“지역 신(scene)에서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음악적 가치에 비해 조명받을 수 있는 채널이 협소해요. 지역의 아티스트를 서포트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음악을 들어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성실한 청자(聽者)를 모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고창일)

“세월이 지나면서 팀이나 신(scene)은 생겼다 없어지지만, 이 잡지에서 소개하는 음악을 들어볼 만한다는 식으로 하면 길게 갈 수 있을 거고 네트워킹도 가능해질 거라고 봤어요.”(정성훈)

빅나인은 ‘느슨한 플랫폼’을 추구한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빅나인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건 클럽 헤비를 기반으로 한 음악 마니아들의 모임인 ‘999패밀리’다. 스스로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던 자발적인 모임이었다. 필진인 조은별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만으로 일을 벌인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빅나인도 누군가가 대구 음악을 소개할 만한 곳을 떠올릴 때 생각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웹진에 올라오는 글은 크게 인터뷰, 공연 일정, 음반 리뷰로 나눠진다. 정규나 EP앨범을 낸 뮤지션의 경우 직접 혹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뮤지션이 추천하는 음악 리스트를 다루는 코너인 ‘궁금해 너의 달팽이관’도 신설했다. 2천~4천명 정도가 글을 읽는데, 인터뷰 기사가 인기가 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공연 소식 코너도 의의로 많은 독자들이 보는 콘텐츠다. 음악 관련 종사자,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 록페스티벌 관련 기사도 기획할 예정이다.

정희섭씨는 “알 만한 사람들이 아는데 공연 소식을 일부러 정리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한 공간에 모아놓으면서 (공연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 음악에 대한 리뷰가 드물었기 때문에 빅나인의 등장은 뮤지션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정성훈씨는 “나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밴드를 하다보면 타성에 젖게 되는 때도 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벽에다 대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 적어도 옹달샘에 돌멩이가 던져지는 역할 정도는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빅나인의 운영진과 필진은 지역 뮤지션과 음악팬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필진인 채지화씨는 “음악을 하는 분인데 빅나인을 몰랐다는 분이 있어 소개를 한 적이 있다. 이런 것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는데, 빅나인이 ‘이런 것’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훈씨도 “미국의 음악잡지 ‘피치포크’의 경우, 글이 좋아서 음악을 찾아듣는 선순환이 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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