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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미학 .7] 성혈사 나한전 꽃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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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규기자
  •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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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문짝 세계’…찬찬히 보는 재미가 쏠쏠

영주 성혈사 나한전의 꽃살문. 최고의 사찰 꽃살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가운데 어간의 연지수금(蓮池獸禽) 꽃살문과 오른쪽의 통판 투조 모란꽃살문이 유명하다.
영주 성혈사 나한전의 꽃살문. 직접 실물을 대하고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성혈사 나한전 꽃살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찰 꽃살문으로 손꼽힌다. 특히 세 짝의 통판 투조 꽃살문은 최고의 꽃살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통판 투조는 통 판자에 꽃 문양을 투조(透彫)해 완성한 것을 문살 위에 붙여 만드는 방식이다. 별도의 문살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꽃살문 자체만으로 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1553년에 세우고 1634년에 중창한 성혈사 나한전은 석조 비로자나불과 나한 16위를 모신 법당이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단층 맞배지붕 구조로, 작고 소박한 법당이다. 이 건물은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 멋지고 아름다운 꽃살문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한전 꽃살문은 나한전이 중창된 1634년 당시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면 3칸의 6개 문짝 모두가 꽃살문으로 되어 있다. 연(蓮)이 중심인 어간의 문짝은 전체적으로 녹색, 모란을 표현한 그 양쪽 문짝은 붉은색 단청의 흔적이 남아있다. 거의 퇴색되어 약간의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가 주는 멋이 각별하다. 색이 바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문짝은 안쪽으로 밀어 여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문을 열면 꽃살문이 법당 안의 비로자나불과 16나한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나한전을 마주할 때 왼쪽 칸 두 개 문짝은 문양화된 모란꽃을 새긴 꽃살문이다. 여섯 개의 꽃잎으로 된 꽃을 중심으로 원형의 줄기가 겹으로 감싸고 있는 모양이 반복되고 있는 구조이다. 그 조화로움과 조각 솜씨가 절묘하다. 넝쿨 모란 문양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이 꽃살문의 창의력을 보여주는 점이다.

나한전 꽃살문 중 통판 투조 모란꽃살문 부분.
나한전 정면에 3칸 6개의 문짝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찰 꽃살문
보물 지정에도 큰역할 했을 듯
개구리 등 온갖 생명체가 약동
실물 직접 대하니 탄성 저절로


◆연지수금(蓮池獸禽) 꽃살문

가운데 두 문짝은 연꽃이 핀 연못에 여러 가지 새와 어패류들이 노니는 모양을 표현한 연지수금(蓮池獸禽) 꽃살문이다. 연지의 세계를 담아낸 이 꽃살문짝이 나한전 꽃살문의 압권이다. 각각 네 개의 세로 판자에 투조해 만든 꽃살문을 빗살 위에 붙인 형태이다.

두 개의 문짝이 전체적으로 대칭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다르다. 왼쪽 문짝을 보면 가장 아래쪽에는 물고기들이 연잎과 연꽃 사이에서 노닐고 있다. 그 위에는 백로 한 마리가 물속을 보며 고기를 노리고 있는 듯하다. 위쪽에는 다른 새 한 마리가 연잎을 쪼고 있다. 그리고 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잎과 연꽃의 모습도 다양하다. 40송이 가까이 되는 연꽃은 작은 봉오리부터 갓 피기 시작한 꽃, 만개한 꽃, 연밥을 머금은 것 등 다양하다. 연잎의 모양새도 다채롭다. 활짝 열린 것도 있고 오므린 것과 반쯤 벌린 것도 있다. 축 늘어진 연잎도 있다. 찬찬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른쪽 문짝의 세계는 더욱 역동적이고 다채롭다. 물고기와 백로에다 게 두 마리, 개구리(맹꽁이)가 있다. 위쪽에는 구름을 타고 날고 있는 용도 있다. 그 위에는 새 한 마리가 금방 잡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있다. 연꽃 대궁이를 타고 놀고 있는 동자승도 묘사해놓고 있다. 이 문짝에는 백로가 한 마리 더 있는데, 맨 위에 물고기를 보고 하강하는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가운데 온갖 생명체들이 약동하는 연못 세계가 펼쳐져 있다.

◆통판투조 모란꽃살문

그리고 오른쪽의 두 문짝은 대칭의 정형을 벗어난 파격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두 문짝 중 왼쪽 것은 가운데 어간 왼쪽 문짝과 같은 꽃살문인 반면, 오른쪽 문짝은 중복되는 모란 문양을 배경으로 중심에 큼직한 모란 한 포기를 통째로 새겨 장식하고 있다. 세 쪽의 판자로 크고 작은 꽃과 잎, 줄기가 있는 모란을 사실적으로 새겨 빗살 위에 고정해놓고 있다.

10송이 꽃이 있는 모란 한 포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모란꽃살문은 원근감과 입체감도 살려내고 있다. 제일 아래쪽의 큰 모란꽃은 정면을, 그 좌우의 꽃은 작게 표현하고 옆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가운데의 세 송이 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맨 위쪽의 꽃은 피어나려는 꽃봉오리 상태이고, 그 아래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꽃 줄기의 가장 아랫부분은 화초임에도 나무 밑둥치처럼 굵게 표현해 안정감과 넉넉함을 주고 있다. 멋지고 흥미로운 꽃살문이다. 살아있는 특별한 모란꽃을 보는 듯하다. 모란 잎과 꽃이 하나하나 모두 생동감 넘친다.

많은 꽃 중에 왜 모란을 새겼을까. 모란은 꽃 중의 왕으로 대접받고,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다.

모란을 찬미한 대표적 시로 당나라 말기의 시인 피일휴(皮日休)의 ‘모란(牧丹)’이 있다.

‘다 떨어지고 남은 붉은 꽃잎에서 비로소 향기를 토해내니(落盡殘紅始吐芳)/ 아름다운 그 이름 모든 꽃 중의 왕이라 불려지네(佳名喚作百花王)/ 천하에 그 아름다움과 견줄 것이 없으니(競誇天下無雙艶)/ 그 향이야말로 오로지 인간 세상에 으뜸가는 제일이라(獨占人間第一香)’

◆신라 때 창건된 성혈사

성혈사는 소백산 국망봉 아래에 있는 월명봉의 동남쪽 기슭(영주시 순흥면 덕현리 277)에 자리잡고 있다. 신라 때의 승려 의상대사(625∼702)가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성혈사라는 이름의 ‘성혈(聖穴)’은 사찰의 남쪽 근방에 굴이 있는데, 이 굴에서 옛날에 성승(聖僧)이 나왔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성혈사 나한전에 봉안된 석조 비로자나불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이라 한다. 16나한은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실측조사보고서(2007)에 따르면, 부산의 모 대학 여자 교수가 근래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나한전 바로 앞에는 언제 세워졌는지 모르는 석등 2기가 서 있는데, 나한전과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성혈사 성혈에서 어떤 성승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나한전 꽃살문이 그 성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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