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업사이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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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4   |  발행일 2019-06-14 제42면   |  수정 2019-06-14
전신마비 억만장자와 전과범 간병인의 특별한 우정
20190614

뉴욕에 사는 억만장자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톤)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전신 마비 상태다. 하루 24시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끔찍한 현실보다 그가 더 견디기 어려운 건 아내의 빈자리다. 그런 필립의 안위를 걱정하는 비서 이본(니콜 키드먼)은 그를 도울 최고의 간병인을 찾기 위해 면접을 진행한다. 많은 지원자 중에서 우연히 마주친 전과자 출신의 델(케빈 하트)을 채용한 필립. 한 번도 누군가를 도와준 적 없는 델은 실수를 연발하지만 필립은 솔직한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델 덕분에 차츰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업사이드’는 2012년 국내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이다. 두 주인공의 특별했던 우정에 당시 국내에서만 172만명이 화답했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감동을 다시 재연하기로 한 ‘업사이드’ 제작진은 실존 인물의 삶을 좀 더 현실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원작의 프랑스 배경은 뉴욕으로 바뀌었고, 주인공들의 직업과 상황에도 조금씩 변화를 줬다.


사회 위치·신분적으로 다른 두 남자의 화합·공존
갈등과 편견 치유 과정…큰 울림 주는 감동 실화


자라온 환경은 물론 사회적 위치나 신분이 전혀 다른 두 남자가 그 벽을 넘어 우정을 쌓아간다는 이야기는 상업적인 매력으로 충만하다. 영화가 주목한 것 역시 서로가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주는 과정에서 두 남자의 태도 변화다. ‘업사이드’를 연출한 닐 버거 감독은 “우리 사이에 화합과 공존을 가져오는 사람들을 다뤘다.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주제였다”며 “필립의 장애 묘사나 델의 출신지에 대한 묘사가 최대한 현실적이고 솔직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감옥을 전전하며 거친 인생을 살아온 델과 남은 여생을 전신 마비로 살아야 하는 필립은 모두 자신의 미래가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델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삶을 마주했다면, 이미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왔던 필립에게 앞으로의 삶은 의미가 없다. 필립은 말한다. 만약 자신의 호흡이 멈출 시 ‘DNR(심폐소생술 거부) 규칙’을 따르라고 하지만 정작 그런 상황에 맞닥뜨린 델은 그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한다.

24시간을 함께 하던 두 사람은 차츰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반추한다. 엄청난 재력을 지녔지만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필립을 보면서 델은 지금까지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왔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필립은 그런 델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갖기 시작한다. 서로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은 셈이다. 사실 필립과 델은 암묵적인 신분격차를 생각했을 때 말 그대로 딴 세상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들의 신분차이는 단순히 빈부의 차이로만 정의 내릴 수는 없다. 백인과 흑인이라는 명백한 피부색의 차이뿐만 아니라 불편한 몸 때문에 자유를 구속당할 수 밖에 없는 필립과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델의 성격도 하늘과 땅 차이다.

이처럼 가장 반대편에 존재하는 다른 부류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갈등과 편견을 극복하고 화해와 치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실화가 덧씌워져 더 큰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기교나 장치없이 두 사람의 심리에 천착한 연출은 물론 존중과 연민, 색다른 우정에 관한 이 이야기는 그래서 언제봐도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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