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社 1개뿐 韓핀테크 ‘걸음마’…화두는 금융사와 협업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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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5   |  발행일 2019-06-15 제12면   |  수정 2019-06-15
■ 국내외 핀테크 현황
글로벌 핀테크기업 M&A 투자 비중 65%
미국·유럽 등 1兆대 ‘메가딜’ 다수 성사
작년 신규 유니콘 기업 美 9·中 2곳 등극
유니콘社 1개뿐 韓핀테크 ‘걸음마’…화두는 금융사와 협업

국내 핀테크(금융+첨단기술) 기업의 경쟁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해외 핀테크 기업들은 벤처캐피털(VC), 사모투자(PE), 인수·합병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으며 나날이 덩치를 키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기존 금융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 여기에 전자상거래나 소셜미디어 등 비금융 플랫폼을 보유한 이른바 ‘빅테크(Big-Tech)’ 기업들도 금융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아직 금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핀테크 기업 간 인수합병 사례도 없고 VC에만 투자를 의존한다.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인슈어테크(보험+첨단기술) 등 신기술 적용도 해외에 비해 극히 저조하거나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의 메가딜

금감원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핀테크 기업의 투자규모는 2016년 70조원(1천893건)에서 지난해 123조원(2천196건)으로 껑충 뛰었다. 이 중 인수·합병비중은 65%나 된다. 특히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지급결제분야를 중심으로 거래규모 1조원을 넘는 이른바 ‘메가딜’이 다수 성사되는 등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금융시장 구조변화의 주된 요인으로까지 인식된다. 미국의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지급결제, 온라인대출, 보험 등 전통적인 금융업으로 너도 나도 진출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자국 모바일 결제시장의 점유율이 94%에 이른다. 앞으로도 이들의 금융시장 내 입지는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소수의 핀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융회사의 직간접적 자금지원에 의존한다. 그 중심엔 VC가 있다. 최근 4년간 국내외 VC의 국내 핀테크 기업투자는 총 96건으로, 이 중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사례는 9건(10%)에 불과했다.

간편송금 플랫폼인 ‘토스’는 2014년 미국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0억원 유치를 시작으로, 지난해말까지 총 2천200억원의 해외투자를 받았다. 개인간(P2P) 금융업체 ‘렌딧’은 2015년 역시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을 유치한 이후 지난해말까지 해외투자금 243억원을 모았다.

자산관리 앱(응용 프로그램)인 ‘뱅크샐러드’는 2015년 국내 VC에서 19억원을 받는 등 지난해말까지 240억원을 유치했다.

2015년 이후 국내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총 3건뿐이다. 금융지주, 카드사, 증권사별 각 1건씩 발생했다. 근래에는 금융사들이 핀테크 기술의 접목의 필요성을 감안, 아예 핀테크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가 3곳, 은행 4곳, 보험사 1곳이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핀테크 랩(Lab)’을 운영 중이다. 핀테크 유망기업을 발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사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 중·장기적으로 기존 금융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돼 결과적으론 금융시장 경쟁력도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수·합병 등 메가딜 추세는 투자자들이 사업초기보다 수익모델이 검증된 성장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핀테크 기업들이 현재는 시장 지배력 확장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선 확실한 수익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핀테크 유니콘 기업은 고작 1개

해외 시장에서 핀테크관련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은 총 39개사다. 총 162조원의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16개사는 지난해 유니콘 기업으로 처음 등극했다. 미국(9개)이 가장 많고, 중국 2개사, 유럽 2개사, 한국 1개사, 기타 2개사 등이다. 국내에선 간편송금 플랫폼인 토스(법인명 비바리퍼블리카)가 이 목록에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토스의 기업가치는 1조3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는 유니콘 기업육성을 위해 정책펀드, 핀테크 지원 전용펀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핀테크, 인공지능, 바이오 분야 창업촉진을 위해 6천500억원을 투자한다. 향후 4년간 12조원대 ‘스케일 업(폭발적 성장) 전용펀드’ 결성계획도 내놨다.

문제는 핀테크 기업의 독자생존에만 의존해선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 그래서 나온 화두가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간 ‘협업’이다.

일례로 영국 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와 인터넷은행 ‘몬조’, 미국 JP모건과 영국 크라우드펀딩 ‘온 덱’, 캐나다 TD 뱅크와 미국 모바일은행 ‘모벤’ 간 협력관계가 대표적 사례다.

금감원은 ‘오픈 뱅킹’이 본격 적용되면 은행 등 금융사들은 핀테크 기업과 협력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은행은 AI, 빅데이터 분석기술에 강점이 있는 핀테크 기업에 대해선 직접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자 생존을 추구하는 핀테크 기업은 고객 충성도가 높은 빅테크기업과 출혈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빅테크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신생 핀테크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들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손을 잡고 경쟁하는 게 낫다.

◆종합 금융플랫폼 사업 확대

핀테크 기업은 안정적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수평적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종합 금융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간편송금 플랫폼(토스)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예·적금 계좌개설, 투자, 보험 및 대출부문 진출에 이어 최근엔 인터넷전문은행 및 증권업 인가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뱅크샐러드’를 제공하는 레이니스트는 예금, 신용카드, 보험, 대출 등 모든 금융상품을 비교분석해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이 밖에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징동금융 등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인슈어테크 성장, 블록체인 기술 확대, 금융 IT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 등도 글로벌 트렌드의 큰 축을 이룬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핀테크 기업 직접 투자를 허용하고, 모험자본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 정책을 병행하면서 스케일업 펀드규모를 확대해 금융시장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핀테크, 빅테크,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편의를 위해 기술경쟁을 하면 서비스 가격이 내려가고 금융포용성도 확대된다. 이 같은 경쟁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비대면 거래나 금융 플랫폼 사업 확대 등에 대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은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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