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아저씨 리더십’ 韓축구 새역사 쓰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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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  발행일 2019-06-17 제1면   |  수정 2019-06-17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도록 배려…U-20 월드컵 준우승 원동력
‘지시 아닌 이해’ 꼼꼼한 전술 노트 작성 등 지도 철학도 한몫
20190617
16일 새벽 폴란드 우치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우크라이나 경기 전반, 정정용 감독이 이강인에게 물을 전하며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정정용 감독은 축구계의 비주류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난 정 감독은 신암초등, 청구중·고, 경일대를 나왔다. 그는 무명 선수였다. 센터백 포지션을 맡았지만, 유명한 선수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1992년 이랜드 푸마에 입단해 1997년까지 6시즌 동안 활약하였으나 부상으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정 감독은 용인 태성중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고, 해외 연수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대구FC 수석 코치를 지냈던 2014년을 제외하고 그는 현재까지 12년 동안 U-14팀을 시작으로 연령대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들을 키워왔다.

정 감독은 유·청소년 선수들에게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지도 철학을 가졌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에게 나눠준 전술 노트는 이러한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이 노트에는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 세트피스, 측면에서의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선수들이 마법의 노트라고 할 정도로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세세히 설명해 놓은 이 노트는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새 역사를 쓰는 씨앗이 됐다.

정 감독은 자율과 규율을 동시에 강조한다. 정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선수들의 자유 시간을 존중해줬다. 가벼운 숙소 밖 외출은 오히려 권할 정도였다. 선수와 지도자 간에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에게 먼저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수들은 정 감독이 “착한 동네아저씨 같다”고 한다. 대표팀 막내 이강인은 “못 잊을 감독님”이라고 얘기한다.

정 감독은 ‘남탓이 아닌 내탓’으로 책임감을 보여 주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에서 1-3으로 역전패한 뒤 정 감독은 “선수들은 90분 동안 최선을 다해 전술적으로 수행했지만, 감독인 나의 부족한 부분으로 잘할 수 있었던 걸 못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오늘을 계기로 선수들이 발전된 모습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가 기량을 펼쳐 보일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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