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 불에서 찾은 색·질감…독창적 ‘토흔’에 전세계 주목

  • 글·사진=경주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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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07:31  |  수정 2019-06-17 07:31  |  발행일 2019-06-17 제10면
이종능 작가 경주서 개인전
35년만에 고향서 처음 전시
“흙·불은 인간에 대한 얘기”
1300℃ 불에서 찾은 색·질감…독창적 ‘토흔’에 전세계 주목
지산 이종능 도예가가 15일 ‘빛은 동방에서’ 전시회에서 ‘내 어릴적에’ ‘동심 2018-1’ 등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흔(土痕)을 처음으로 선보인 지산 이종능 도예가(62)가 고향 경주에서 연 전시회에 도예가·시민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도예가는 ‘빛은 동방에서’라는 주제로 지난달 21일부터 17일까지 경주 보문단지 내 황룡원 중도타워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토흔은 유약에 의존해 온 정통 방식에서 벗어나 흙 고유의 질감과 색을 1천300℃ 불 속에서 찾아내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경주 전시회는 지산의 도예 인생 35년 만에 처음이다. 전시회엔 토흔 작품과 다기(茶器) 등 작품 100점을 선보이고 있다. 지산의 독창적 작품 세계인 ‘토흔’에 전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토흔은 흙과 불의 본질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흙의 흔적이라는 뜻의 ‘토흔’은 도자기에 흙의 색과 질감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토흔은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로 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모든 흙은 고열(1천250℃ 이상)에서 원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유약의 색에 의존하지만 토흔은 태초의 색을 불 속에서 그대로 간직하며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지산은 토흔을 탄생시키기 전까지 전국 가마터와 일본·중국 등을 돌며 독자적 기법을 터득했다.

지산의 ‘토흔 작품세계’는 국내는 물론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1995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02년엔 부산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돼 도예 초대전을 열었다. 2002년 KBS·NHK 합작 월드컵 홍보다큐 ‘동쪽으로의 출발’에선 한국 도자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일 문화교류에도 기여했다. 2004년 KBS 세계 도자기 다큐 6부작 ‘도자기’를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그가 직접 설계한 가마를 통해 풀어내 진한 감동을 줬다. 2004년엔 세계 각국의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 23인의 부부 찻잔을 만들기도 했다. 이어 2007년 대영박물관에서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을, 2013~2014년 미국 LA·뉴욕 전시회, 2015년 워싱턴 DC 초대전을 통해 한국 도자기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지산은 뉴욕·워싱턴·런던·도쿄·오사카 등 세계 각국에서 도예전을 열어 각국 최고의 큐레이터와 예술가, 유력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한국의 미(美)를 세계에 알려왔다. 그의 작품은 현재 피츠버그 국립민속박물관, 중국 향주국립다엽박물관,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종능 도예가는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가 느끼는 흙은 곧 사랑이다. 그리고 불은 열정이다. 흙과 불은 곧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글·사진=경주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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