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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보류 아닌 완전 철폐하라” 홍콩시민들 ‘검은 옷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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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7


정부‘추진 보류’발표에도 혼란 계속

16일 홍콩시내에서 수만명의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 행진하고 있다. 대부분 시민들은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 처리에 항의하는 표시로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홍콩 시민들이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다시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시위에 나선 이들은 송환법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면서 ‘검은 대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현지시각)부터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는 최소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송환법 철폐 요구 집회가 열렸다. 지난 9일 103만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린 대규모 집회다. 1주일 전 시위 때 참가자들은 흰옷을 입었지만 오늘 참가자들은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검은 옷을 주로 입고 나왔다. 집회 참석자들은 홍콩인들의 저항의 상징물인 ‘우산’도 펼쳐들었다.


시민단체 “다시 추진 우려”
대규모 도심 반대시위 계속
‘저항의 상징’우산 등장도
고공농성 시민 1명 추락死

시민들 거센 반발에 부딪혀
법안 추진 동력 잃을 수도


이날 집회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전날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직후 열린 것이다. 케리 람 행정장관은 “법안 심의는 보류될 것이며,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홍콩 정부가 단기간 내에 범죄인 인도 법안을 재추진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홍콩에서는 송환법이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추진 동력을 상실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다시 홍콩 도심에 모여든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언제든 송환법 통과에 나설 수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송환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인권전선 대표는 “칼은 여전히 홍콩의 심장 근처를 겨누고 있다"며 “캐리 람 행정장관은 단지 칼을 부드럽게 밀어 넣고 있을 뿐이며 3∼4주, 혹은 한 달 뒤에 그는 다시 (송환법)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날 밤 정부 청사 인근 애드미럴티의 유명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에서홀로 송환법에 반대하는 고공시위를 벌이던 30대 남성 량모씨가 추락사한 가운데 이날 시위 참석자들은 량씨를 애도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찾아가 꽃과 촛불, 편지를 놓고 고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4㎞ 구간을 행진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 보류를 발표한 것은 ‘100만 시위’로 표출된 홍콩 민의 앞에 ‘백기’를 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2일 홍콩 시민 수만 명이 참여해 격렬하게 벌어졌던 입법회 주변 시위 이후에도 그가 법안 추진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것에 비춰보면 가히 사태의 급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급반전을 끌어낸 일등 공신은 바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향한 홍콩시민의 열렬한 의지와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송환법 강행 의사를 밝힌 정부에 맞서 홍콩 시민들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크지 않았다.

2014년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벌인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실패 이후 홍콩 내에서는 패배주의가 커졌고, 중국 중앙정부의 압박과 통제도 심해졌다.

하지만 지난 9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 무려 10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참여하면서 분위기는 극적으로 달라졌다. 당초 주최 측 목표인 50만 명의 두 배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모여 ‘반송중(反送中·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을 외쳤고, 그 열기는 12일 입법회의 송환법 2차 심의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물러설 수밖에 없도록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그의 지지 기반인 친중파와 재계의 이탈이라고 할 수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버나드 찬 의장과 전직 관료, 입법회 의원 등 친중파 진영에서는 지난 12일 시위 이후 범죄인 인도 법안을 연기하고 시민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졌다. 전직 경제장관, 전직 정무장관, 전직 보안장관 등 전직 고위 관료와 전직 입법회 의원 22명은 연대 서명한 서한을 통해 현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 범죄인 인도 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