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걸캅스·알라딘…극장가 “女봐라”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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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08:37  |  수정 2019-06-17 08:37  |  발행일 2019-06-17 제23면
20190617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지난해 ‘미쓰백’ ‘국가부도의 날’ ‘맘마미아!2’에 이어 올해도 주체적이고 진취적 성격의 여성 캐릭터들이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영화 관객수를 끌어 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여성 콤비 형사물 ‘걸캅스’와 마블의 슈퍼 히어로로 당당히 자리를 확보한 ‘캡틴 마블’에 이어 ‘알라딘’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등이 그 바통을 잇고 있다. “콘텐츠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한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의 말처럼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다.

◆여성 장르물의 가능성을 엿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배우가 출연할 만한 시나리오가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많아진 것 같아 반갑다.” ‘걸캅스’로 상업영화 첫 주연을 꿰찬 배우 라미란은 충무로의 달라진 최근 기류를 이렇게 피력했다. 지금까지 그의 방송·드라마 출연작은 대략 70여편.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에 데뷔한 이후 14년 만에 주연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와 호흡을 맞춘 이성경 역시 특유의 유쾌하고 싱그러운 매력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사랑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활약에 힘입어 ‘걸캅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흥행을 독주하고 있는 시기에 개봉했음에도 좌석 수와 상영 횟수의 열세를 극복하고 만족할 만한 흥행성과를 이뤘다.


브리 라슨 주연 맡은 ‘캡틴 마블’
새 스타일 여성히어로 탄생 알려

라미란·이성경 형사물 ‘걸캅스’
한국영화 관객몰이 견인차 역할

‘알라딘’에선 자스민 공주 재해석
강인한 모습으로 여심 사로잡아



영화 ‘배심원들’에선 남다른 카리스마와 연기로 좌중을 압도한 문소리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첫 국민참여재판을 다룬 이 영화에서 문소리는 재판장 김준겸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 것은 물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공포 영화 ‘0.0㎒’의 정은지도 첫 스크린 데뷔작을 주연으로 장식했다. 이미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정은지는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희 역으로 호러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영화는 초자연 미스터리 동아리 멤버들이 시골 한 흉가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다뤘다.

안방극장에서도 여배우들이 중심이 된 이야기는 쉽게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포털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 이야기로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똘똘 뭉쳐 있는 세 여성, 배타미(임수정 분), 차현(이다희), 송가경(전혜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임수정은 “지금 내 실제 자연인으로서의 나이, 여성으로서의 나이에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극중 배타미와 유니콘 대표이사 송가경은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는데, 이 대립구도는 남성 위주 장르극에서 얻는 긴장감과는 또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준다. 덕분에 평일 미니시리즈 주요 타깃인 20~49세 여성들의 호기심과 대리만족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성 슈퍼 히어로물의 부상

“남자를 구조하는 것은 늘 여자들인데 왜 ‘엑스우먼’이라고는 부르지 않느냐.” 최근 개봉한 ‘엑스맨: 다크 피닉스’ 대사 중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이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에게 가한 일침이다. 극중 미스틱은 인간으로부터 돌연변이를 보호하고 그 존재를 인정받고자 엑스맨들의 희생을 강조하는 프로페서 X와 대립한다. 이 대사는 미스틱과 더불어 진 그레이(소피 터너), 스톰(알렉산드라 쉽), 스미스(제시카 차스테인) 등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스토리가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흘러갈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진 그레이가 내면의 폭발적인 힘을 각성하면서 모든 것을 무너뜨릴 최강의 적 다크 피닉스로 변하는 모습은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히어로 무비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캡틴 마블’은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를 등장시켰다. 브리 라슨이 분한 캡틴 마블은 여성성을 강조한 기존 여성 히어로들과 차별화한 캐릭터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사상 가장 강력한 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 마블은 또 다른 여성 히어로 솔로 영화인 ‘블랙 위도우’도 내놓을 예정이다. 2020년 개봉이 예정된 이 영화는 어벤져스의 여성 멤버인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가 어벤져스로 활동하기 이전 시기를 다룬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는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걸크러시 매력을 선보인 테라 톰슨이 신참 요원 M으로 등장한다. 위기에 직면한 지구를 구할 유일한 조직인 MIB 내부에 스파이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파트너인 에이스 요원 H(크리스 헴스워스)와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이 영화에는 외계인 빌런 리자로 출연한 레베카 퍼거슨도 눈길을 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에서 화려한 액션과 함께 ‘레전드 저격 장면’을 탄생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 배우다.

‘알라딘’은 좀도둑에 지나지 않았던 알라딘(메나 마수드)이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윌 스미스)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렸다. 알라딘과 지니 등 다채로운 캐릭터 중에서도 특히 자스민 공주(나오미 스콧)에 대한 신선한 재해석이 여성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왕자 대신 결혼 상대를 직접 선택하는 것으로 그려진 과거 애니메이션 버전에서 더 나아가 이번 실사 리메이크 버전에선 자스민 본인이 직접 이상적인 술탄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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