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다른 듯 닮은 김현미와 나경원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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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  발행일 2019-06-17 제30면   |  수정 2019-06-17
[하프타임] 다른 듯 닮은 김현미와 나경원

김현미와 나경원. 남성을 압도하는 리더십과 존재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들이다. 정치적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능력을 인정받으며 남성 주도의 한국 정치판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선 비슷한 두 사람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3선 국회의원이다.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에 복귀, 평화민주당을 창당했을 때 홍보담당으로 정당에 들어갔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며느리가 미국 하와이에서 출산한 것을 두고 ‘원정출산’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수첩공주’란 별명을 붙인 것도 김 장관이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낼 정도로 문 대통령과도 가깝다. 하지만 친문(親문재인)이어서 국토부 장관이 된 건 아니다. 평화민주당 대졸 공채 당직자에서 시작해 촌철살인의 달변과 당내 전략통으로 인정받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이 됐다. 장관 취임 후에도 강한 리더십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보다 더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국무총리 낙점설이 돌 정도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나 원내대표 역시 김 장관처럼 달변가로 인정받는다. 2006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변인 당시 차가운 논리전개로 ‘얼음공주’란 별명을 얻었다. 무엇보다 그는 3수(修) 만에 원내대표 도전에 성공한 근성의 정치인이다. 나 원내대표의 근성은 판사 시절 길러진 듯하다. 여성이라고 무시받았던 당시를 회상하며 “남자들보다 3배로 열심히 하니 남성 판사들이 나경원이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5배로 열심히 하니 판사로 인정해 주더라”고 보좌진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남자를 이기겠다는 나 원내대표의 근성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금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3분 연설하면 나 원내대표는 5분을, 황 대표가 5분 연설하면 나 원내대표는 7분 연설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아가 당내 남성 의원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또 다른 닮은 점은 김 장관과 나 원내대표 모두 새 별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제갈현미 읍참일산’. 최근 김 장관에게 붙은 별명이다. 제갈공명이 나라를 위해 아끼는 장수 마속을 울면서 참한 것처럼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 신도시를 건설, 자신의 지역구인 일산을 참했다는 의미다.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촌철살인의 별명이다.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김 장관에겐 치명적이다. 김 장관이 최근 각종 교통대책을 제시, 지역구 달래기에 나섰지만 민심이반을 막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나 원내대표에겐 최근 ‘나베’란 별명이 붙었다. 나경원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합쳐진 별명이다. ‘토착왜구’란 별명도 있다. 지난 3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국론분열을 가져왔다”는 자신의 주장 탓에 붙은 별명이다. 여기에다 ‘달창’ 등의 발언과 장외투쟁 과정에서 막말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른 듯 닮은 두 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장관에겐 지역구를 포기하고 국정에 전념하라 권하고 싶고, 나 원내대표에겐 말씀 좀 줄이고 포용력을 발휘하란 말을 전할까 한다.

구경모 서울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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