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가성비와 가심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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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  발행일 2019-06-17 제31면   |  수정 2019-06-17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는 어느새 확고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옷을 사든 가구를 사든 가성비부터 따지고 맛집 소개 글에도 가성비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3년 전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올해는 브랜드보다 가성비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측은 족집게처럼 정확했다. 실제 그의 말대로 가성비는 그 해 소비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류현진의 가성비도 화제다. 류현진은 5월 한 달간 6경기 5승, 평균자책점 0.59란 믿기지 않는 성적을 찍었다. 16일 현재 평자점은 1.36으로 메이저리그 1위. 스트라이크 존 경계에 걸치는 면도날 제구력, 팔색조처럼 다양한 구종이 압권이다. 적장 캘러웨이 뉴욕 메츠 감독도 “마치 피칭 레슨을 보는 것 같다”며 극찬했을 정도다. 류현진의 연봉 1천790만달러는 적지 않은 몸값이다. 그럼에도 미 일간 포브스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헐값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손흥민 역시 가성비 높은 선수로 꼽힌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 사이트인 독일의 트란스퍼마르크의 선수 가치 개별 평가에 따르면 손흥민의 몸값은 5천850만파운드(약 880억원)다. 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 동료 해리 케인 몸값(1억3천500만파운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델리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보다 낮다.

요즘은 가격 대비 만족도를 나타내는 가심비를 많이 따지는데 류현진과 손흥민은 가심비도 압도적이다. 겸손함과 좋은 매너로 팀과 현지 팬들에게 녹아들고, 우리 국민에겐 행복감을 선사하니 ‘가심비 갑’이란 수사(修辭)가 아깝지 않다.

두 선수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이 대한민국 국회다. 300명의 선량은 200여 가지의 특혜를 누리며 8명의 보좌진을 거느린다. 국민소득 대비 세비는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고 파업을 해도 태업을 해도 따박따박 통장에 꽂힌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치외법권 지대다. 이러니 걸핏하면 의정을 팽개치는 악습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침대 국회’라는 비아냥이 나올까. 본업엔 소홀하면서도 국민 염장 지르는 망언엔 신공을 발휘한다. 의원인지 막말 제조기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가성비도 최악, 가심비도 최악, 이런 국회를 계속 보고만 있어야 하나.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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