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해결 목적 또 고공농성…“유사사례 방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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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경석기자 이현덕기자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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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5시43분 대구 동구 박주영축구장 조명탑 꼭대기에 올라가 아파트단지 앞 주취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던 60대 남성이 경찰과 소방당국의 설득 끝에 농성 8시간 만인 오후 1시55분쯤에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에서 민원 해결을 목적으로 한 ‘고공농성’이 닷새 만에 또 발생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이 명확하지 않아 모방사례가 계속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3분쯤 동구 율하동 박주영축구장에서 A씨(62)가 높이 20m가량의 조명탑 꼭대기에 올라간 뒤 자진 신고했다. A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상습 주취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LH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탑에 오른 A씨는 당시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율하 박주영축구장서 60대 시위
20m 조명탑 올라간 뒤 자진신고

고공시위 대구서만 닷새간 2건
“처벌규정 명확지않아 모방 우려”


소방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력 10여 명을 투입했으며, 조명탑 아래에 고가사다리차를 배치하고 에어매트를 펼쳤다. 또 경찰 위기협상팀은 현장에서 A씨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결국 A씨는 8시간여 만인 오후 1시55분쯤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왔다. A씨는 경찰에 “평소 지병 등으로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상습주취자들이 소란을 피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과 LH에 민원을 넣고 동사무소나 구의원을 찾아 갔지만 해결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뒤 처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씨가 흥분한 상황이라 조금 진정이 되면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조사 후 공용건조물침입죄 적용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에는 남구 봉덕동 영대병원네거리 CCTV탑 꼭대기에 B씨(42)가 올라가 네 시간가량 농성을 벌였다. 당시 B씨는 ‘금전 문제로 어렵다. 살게 해 달라’ ‘사비라도 수술을 받게 해달라’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사람 크기의 인형을 매단 채 농성했다. 그는 2010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허리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적절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고공농성이 개인 민원을 해결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윤우석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이런 식으로 민원이 해결된다면 충분히 모방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행정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과격한 행동을 시도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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