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천국제가족연극제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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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8   |  발행일 2019-06-18 제30면   |  수정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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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경남 거창군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이 ‘거창국제연극제’를 떠올린다. 매년 여름 수승대 등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연극제와 그 자연에 안겨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을 상상할 게다. 1989년 경남의 연극단체가 모여 연극 발전을 위해 만든 작은 연극제는 연륜을 쌓으며 한적한 시골인 거창군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알리는 ‘문화상품’이 됐다. 프랑스 남동부 작은 도시인 아비뇽도 ‘연극의 도시’다. 매년 7월 연극·춤·뮤지컬·현대음악·시·미술·영화·비디오아트 등이 망라된 세계적 종합예술축제로 치러지는 아비뇽 페스티벌(Avignon Festival) 역시 시작은 소박했다. 1947년 프랑스의 연극인 장 빌라르가 지방에 연극을 보급하기 위해 아비뇽에서 연 소규모 예술제가 그 모태다.

거창국제연극제든 아비뇽 페스티벌이든 뜻있는 사람들의 남다른 노력의 결과다. 특히 아비뇽 페스티벌의 경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오늘날 세계적 종합예술축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은 1960년대 중반 연극 중심의 운영체제에서 과감한 탈피를 시도했다. 축제에 춤·뮤지컬·현대음악 등을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다 근래에 시·미술·영화·비디오아트 등을 수혈하며 경쟁력을 보강해 관람객 10만명·관광객 50만명을 기록하는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게 된 것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을 만드는 사람들은 ‘오락적이고 소비적 행사가 아닌, 새로운 젊은 관객을 위한 창조적 문화행사’를 추구하고 있다. 왕성한 생명력의 원천이다.

2002년 김천전국가족연극제로 출발한 김천국제가족연극제가 17회 대회 개막을 한 달여(7월19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연극의 불모지로, 관련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김천에서의 연극축제는 민선 시장체제 출범 이후 문화예술회관 등 수준급 공연 기반이 마련되면서 가능해졌다.

김천국제가족연극제는 일찍부터 ‘연극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자’며 아동청소년극 중심의 연극제를 지향했다. 그 결과, 매년 열흘간의 대회 기간 관람객 연인원 3만~4만명을 기록하는 등 신생 연극제의 한계를 단숨에 넘어섰다. 또 당초 의도와 같이 가족 단위 관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순항을 거듭해 왔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턴 김천혁신도시 안산공원에 야외무대를 개설해 실내 극장과는 다른 정서를 자아냄으로써 자녀를 동반한 수천명의 관객이 연극을 매개로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변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또 올해부턴 국내 대표적 서점이 마련한 ‘북 페스티벌’이 안산공원에서 연극제 부대행사로 펼쳐진다. 유명 작가의 ‘사인회’도 준비돼 있다. 이 역시 볼거리·즐길거리 위주의 연극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노하룡 김천국제가족연극제 추진위원장은 “연극제는 가성비가 상당히 높은 문화행사이며, 새로운 관객을 찾기 위한 고심으로 시작해 같은 고심으로 마무리되는 문화 행사”라고 정의했다. 김천시·김천국제가족연극제추진위원회의 이 같은 고심은 곧 청년기에 들어서는 김천국제가족연극제의 완성도를 높여줄 결정적 요소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박현주기자 (경북부/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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