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케치] 콘센트 없애고 테이블 낮추고…커피매장 ‘카공족’에 반격

  • 정우태
  • |
  • 입력 2019-06-19 07:23  |  수정 2019-06-19 08:46  |  발행일 2019-06-19 제2면
공부하는 이들 서너시간씩 죽치기
도서관인 양 자리맡기 등 독점 민폐
일반 이용객 눈치보여 대화도 곤란
20190619
18일 오후 대구 중앙로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 자리에 앉은 손님들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오후 1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인근 한 카페. 2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곳이 카페인지 도서관인지 잠시 헷갈렸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테이블을 차지한 손님들이 저마다 책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것. 카페에서 틀어놓은 음악 외 다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직장인 박지민씨(30)는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황급히 1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박씨는 “편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통화를 하고 싶었는데 너무 조용해 눈치가 보인다”며 “커피를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 담아서 나가야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다른 카페도 사정은 비슷했다. 노트에 필기를 하거나 태블릿 PC와 노트북 등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물론 이어폰은 필수다. 이 같은 분위기가 낯선 듯 중년 여성 4명이 커피를 주문하려다 말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명희씨(여·54)는 “최소한 카페에서 자유롭게 대화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조용하다. 다른 카페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이른바 ‘카공족(族)’이 증가하면서 일반 이용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자리에 장시간 머무는 카공족 때문에 관련 업계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카공족을 막기 위해 콘센트를 없애고 낮은 테이블로 교체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스타벅스는 최근 문을 연 10여개 매장에 콘센트를 없앴다. 기존 매장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콘센트 수를 줄이고 있다.

대학가에 위치한 카페는 시험기간 카공족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학생들이 답답하고 경직된 분위기의 도서관보다 자유로운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늘어 매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북대 동문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7)는 “회전율을 높이는 게 좋지만, 손님을 유치하려면 카공족도 배려해야 한다”며 “서너 시간 앉아 있는 건 기본이고 자리를 맡아두고 식사하고 오는 분도 있다. 이런 민폐 고객이 있어도 학생들 사이에 잘못 소문날까봐 함부로 대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카공족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취업포털 알바몬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카공족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무려 41%였다. 또한 ‘향후 카공족이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88.3%가 ‘그렇다’고 답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카페문화가 급속히 퍼지는 가운데 성숙하지 못한 의식이 자리 잡은 결과”라며 “자리를 독점하려는 이용객의 태도도 문제지만 기업의 상업적인 대응도 문제라고 본다. 열린 공간인 카페를 활용할 수 있는 올바른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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