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레저·관광 명소, 어디까지 가봤니? .6] 사문진역사공원과 화원동산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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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9   |  발행일 2019-06-19 제13면   |  수정 2019-06-19
나루터서 배타고 주막촌 국밥 한그릇…시간여행 떠난 길손의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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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교에서 내려다본 사문진역사공원과 유람선 선착장. 사문진나루터는 낙동강 상하류를 연결하는 물류의 중심지였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사문진역사공원과 화원동산이 대구시민의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사문진역사공원에는 낙동강 수운으로 번성했던 사문진나루터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고, 화원동산은 대구시 2호 관광지인 화원관광지로 지정·고시되면서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달성군 역시 관광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화원읍 일원에 체류·숙박시설 조성을 계획하는 등 달성의 레저·휴양 환경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달성 레저·관광 명소, 어디까지 가봤니?’ 6편은 낙동강 물류의 중심지였던 사문진나루터와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구시민의 쉼터로 자리매김했던 화원동산에 대해 다룬다.

#1. 번성했던 나루터를 기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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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 수몰지에서 옮겨온 화원정의 모습. 화원정에서는 차(茶) 관련 행사나 소규모의 전통 결혼식이 종종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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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역사공원 북쪽 낙동강변에 자리한 낙동강생태탐방로. 탐방로에서는 하식애와 모감주나무군락지 등 천혜의 자연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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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유람선 달성호가 낙동강 물길을 가르며 강정고령보로 향하고 있다. 달성호는 남해안에서 운항하던 유람선을 재단장 한 것으로 선령 11년차의 젊은 배다.

사문진역사공원에 자리한 사문진나루터는 낙동강 상하류를 연결하는 교통요지였다. 낙동강 하구와 사문진나루터 사이의 옛 낙동강 물길이 중간 크기 이상의 배가 운항 가능한 수심을 갖췄기 때문이다. 사문진나루터에서 하역된 화물은 돛단배를 통해 경북 내륙과 대구의 장시로 운반됐다. 사문진나루터는 조선전기까지 일본의 물품이 유입되는 국제무역의 중심지였으며, 광복 전후까지도 부산과 안동을 잇는 수상물류의 거점이었다. 또한 화원읍과 고령군 다산면을 연결하는 교통로의 역할을 담당했다.

사문진나루터는 대구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다. 100여년 전 태평양을 건너온 피아노가 사문진나루터를 통해 대구에 들어왔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3대 명화’로 꼽히는 나운규 주연의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1932)도 사문진나루터에서 촬영됐을 정도로 신문물의 유입지가 됐다.

옛 달성군의 영역이 대구를 품고 있었기에 사문진나루터의 역할은 더 컸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행정구역은 달성군이 대구부를 둘러싼 형국이었고, 현재의 대구 동·남·수성·달서구 등 도심지역 대부분이 달성군이었다. 그 중심에 사문진나루터가 자리한 셈이고, 나루터를 통해 유입된 물산과 신문물은 대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1993년 화원읍과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사문진교가 개통되면서 사문진나루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최근의 사문진나루터는 확연히 바뀐 모습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사문진나루터가 자리한 강변에 사문진역사공원이 들어서면서 번성했던 나루터의 역사를 기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문진역사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사문진주막촌이다. 주막촌 건물에는 초가지붕을 얹어 옛 나루터의 분위기를 더했다. 주막촌 중심부에 팽나무, 솟대와 장승이 서 있으며, 피아노 유입지임을 알리는 각종 조형물이 공원 곳곳에 자리해 있다. 주막촌을 찾은 방문객들은 마치 조선시대의 길손이 된 것 마냥 들뜬 기분으로 국수와 한우국밥 등을 즐기고 돌아간다.


사문진공원 곳곳 피아노 관련 조형물
번성했던 나루터 흔적도 오롯이 남아
낙동강물길따라 유람선 관광 해볼만

화원동산, 힐링·치유관광지 개발 예정
전기차·약초원·정자 등 볼거리 많아
오랜시간 가족단위 방문객의 ‘쉼터’



사문진역사공원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낙동강의 정취를 느낄수 있다. 주막촌 앞 낙동강 선착장에서 승선신고를 하고 요금을 지불하면 낙동강 유람선 달성호에 탑승할 수 있다. 정원 74명의 달성호는 선령 11년 차의 젊은 배다. 원래 남해안 일원에서 운항하던 여객선을 재단장해 낙동강에서 운항 중이다. 승객들은 선박 내부 1층 선실과 외부 및 2층 갑판에서 40분 동안 낙동강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달성호 갈진국 선장(59)은 “낙동강에는 다른 선박들이 없고, 항로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도심 속 유람선을 타고 즐거워하는 손님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문진나루터를 출발한 달성호는 낙동강을 거슬러 강정고령보로 향한다. 달성호는 10노트가량의 속도를 유지하며 낙동강 물길을 가르고, 시원하게 부는 강바람은 바다와 달리 상쾌한 느낌이다. 뱃머리쪽 갑판에는 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키가 달려있다. 모형이지만 배에서 키를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포토존으로 인기다.

뱃머리에서 느끼는 대구의 풍경은 평소와 다르다. 대구가 내륙도시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수면 위에서 바라보는 대구도심 전경은 왠지 낯설다. 강정고령보 앞에 도착한 달성호는 뱃머리를 돌려 낙동강 하류로 향한다. 호수처럼 넓은 낙동강의 수면 양쪽으로 비슬산과 가야산이 어렴풋이 보인다. 강을 오르내리며 각종 물산을 운반했을 뱃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낙동강의 정취를 느끼다 보면, 배는 어느새 사문진나루터에 도착해 있다.

#2. 가족단위 방문객의 힐링 명소

사문진역사공원 북편으로는 화원동산이 자리해 있다. 1920년대 조성된 화원유원지는 1978년 재단장 이후 화원동산으로 개장했다. 화원동산에는 화원토성과 화원성산리 제2고분군 등의 역사유적들이 남아있다. 화원동산은 그동안 시설 노후로 쇠락한 공원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지만, 최근 각종 시설을 개보수하며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대구시가 화원동산이 자리한 화원읍 성산리 일원 21만여㎡를 화원관광지로 지정·고시하면서 화원동산의 명성 회복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화원동산 주변은 힐링과 치유를 테마로 한 화원관광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화원관광지에는 역사문화체험관, 관광호텔, 한방의료 등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할 자연치유원을 비롯해 예술공원 및 어린이를 위한 테마공원이 들어설 계획이다.

현재의 화원동산 또한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힐링장소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달성군시설관리공단이 화원동산 운영을 맡으면서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공원을 둘러볼 수도 있지만 화원동산에서 운영하는 오리전기차를 이용하면 수월하게 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공원 중심부에 나지막한 산이 자리해 지형의 고저차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타고 매표소를 출발해 전망대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는 왕복 3.2㎞로, 20분 남짓 걸린다. 전망대까지는 중간정차가 없기에 속속들이 공원을 살펴보려면 전망대에서 내린 후 걸어서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기차를 타고 화원동산에 진입하면 도로 오른편의 성산리 고분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왕릉처럼 생긴 고분들은 신라 호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전기차를 타고 조금만 더 내달리면 ‘숲 속의 작은 쉼터’다.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쉼터 내부에는 장난감과 도서가 비치돼 있고 수유실 등이 마련돼 여성과 어린이 방문객들로부터 인기다. 쉼터 뒤편은 어린이놀이터로 소규모의 집라인 놀이기구가 자리해 있다.

쉼터를 지난 전기차가 오르막길을 돌아나가면 약초원이다. 약초원에는 맥문동, 범부채, 무늬둥굴레 등의 약용 식물이 자란다. 약초원과 야생화 단지를 지나면 나타나는 동물원에는 꽃사슴과 토끼, 구관조, 공작비둘기 등 17종 240여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동물원을 지나면 사문진 피아노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계단의 검은색 부분을 밟으면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운동장처럼 넓은 만남의 광장을 지나면 화원동산의 사진촬영 명소인 포토존에 도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포토존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하중도의 모습이 아메리카 대륙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포토존의 긴 이름은 ‘아메리카 대륙 전망 포토존’이다. 포토존을 지나면 전기차의 반환점인 4층 규모의 전망대다. 1층은 매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3~4층에서는 낙동강 습지를 관찰할 수 있다. 또한 화원동산에는 안동댐 수몰지역에서 옮겨온 화원정과 송사정 등의 정자가 자리해 있어 옛 사람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자에서는 차(茶) 관련 행사나 소규모의 전통 결혼식이 종종 열린다. 이밖에도 화원동산 서편의 낙동강생태탐방로에서는 하천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하식애와 모감주나무 군락지 등 천혜의 자연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폭 3.5m, 길이 1천43m의 탐방로는 사문진역사공원 및 화원동산과 연계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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