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걸고 시위하던 6인의 70년대 대학벗들 “공연하고 기부하고”

  • 글·사진=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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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9   |  발행일 2019-06-19 제14면   |  수정 2019-06-19
제주 아마추어밴드‘여섯 사람들’
경북대·직장 등 연고 대구서 무대
70∼80년대 회상하는 시간도 가져
공연후원금 500여만원 전액 전달
20190619
아마추어 밴드 ‘여섯사람들’이 지난 12일 대구에서 ‘그리워서 괜히’ 무료 공연을 가진 후 후원금 전액을 경북이주노동자센터에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1976년에 함께 입학했습니다. 대학 시절 벗들과 어깨 걸고 시위도 하고 감옥도 가고 결혼도 했습니다. 그리고 떠나기도 했습니다. 적잖은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그 시절의 옛 벗들이 그리워 이제서야 대구에 왔습니다.”

아마추어 밴드 ‘여섯 사람들’은 지난 12일 대구에서 가진 자신들의 두번째 무대에서 이같이 밝히며 공연을 시작했다. 중구 ‘아트팩토리 청춘’에서 ‘그리워서 괜히’라는 모토로 열린 이들 밴드의 무료 공연에는 관객 200여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밴드 이름처럼 멤버는 고진영·김종대·권형우·사공준·최덕희·최창남씨이며, 작곡가·작가·농민·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평균 연령 예순인 이들이 밴드로 뭉친 이유는 노래를 통해 오래전 잊고 살았던 친구, 더불어 사는 이웃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은 덕희씨를 빼면 모두 제주 사람이란 점이다. 창남씨는 ‘노동의 새벽’(박노해 시) 작곡자이고 덕희씨는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그리워서 괜히’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무대는 형우씨가 운영하는 제주 대평리 ‘돌담에 꽃 머무는 집’이었다. 예상 밖으로 100여명의 관객이 몰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제주에 이어 대구에서 두 번째 공연을 갖기로 했다. 형우·준·덕희씨가 경북대 동문인 데다 창남씨가 군 제대 후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이 한몫했다.

대구 공연에서 이들은 ‘고향’(김용락 글, 유완순 곡), ‘노동의 새벽’(최창남 곡) 외에도 ‘친구’ ‘걱정 말아요 그대’ ‘사랑으로’ 등 대중가요를 들려주었다. 목청을 높여 소리 지르지도 않는데, 똑같은 음인 듯 잔잔한데도 감성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멤버들은 토크쇼처럼 지나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1970~1980년대를 살아온 이야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회상하는 시간이 됐다.

한편, 이날 공연 후원금 568만1천원은 경북이주노동자센터(경산)에 전액 기부됐다. 진행을 맡은 최호선씨는 “공연장을 찾은 이주 노동자와 악수하는데 맞잡은 손에 손가락이 없었다. 이런 일회성 거액 후원도 좋지만 꾸준한 후원자가 늘어나기를 바란다”며 “무료공연을 해준 여섯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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