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문연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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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9 08:08  |  수정 2019-06-19 08:08  |  발행일 2019-06-19 제23면
[문화산책] 한문연 개혁해야

가진 자들의 횡포는 강하다. 그들의 응집력과 파괴력은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눈 밖에 나면 어쩌나 노심초사가 다반사다. 시간의 이동은 기득권과 비례하여 그에 대한 대항세력도 균형을 이루기 마련이어서 결국 시간의 문제로 기다리는 수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느닷없이 기득권, 횡포 같은 말들이 나와 의아해 하기 십상이겠지만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이하 한문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문연은 해마다 제주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해비치 패스티벌을 연다. 생산자인 공연단체와 유통업자인 문예회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아트마켓형 페스티벌이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이 페스티벌은 올해로 12년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시장을 개설한다는 취지로 볼 때 그리 삐딱하게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주관처인 한문연의 갑질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른바 한문연 갑, 예술단체 을이라는 오만방자한 운영방식이다. 니들 작품 팔고 싶으면 갑한테 알아서 기라는 식이다. 불황인 예술시장에서 그나마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참석한 예술단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들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교통비, 숙식비는 기본이고, 공연 쇼케이스까지 준비하는 경비도 자체 부담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재주는 예술단체들이 부리고 생색은 한문연이 내는 셈이다.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일 년에 한 번 제주도로 놀고 싶은데 적당하게 포장해서 호텔 협찬도 받고, 공연단체도 불러 모으려는 심산이 아니면 어찌 저럴 수 있을까 싶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한문연이 이 지경되기 까지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1996년 전국문예회관 연합회로 출범한 한문연은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을 앞세워 국내 예술시장의 지배구조까지 장악하고 있다. 공공극장에 예술시장을 잠식당한 민간극장은 되레 경영난에 허덕이는 악순환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국연극협회 차원에서 한문연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문연이 노골적으로 지방 예술단체 및 특정 장르에 대해서 홀대하고 있다” “스타마케팅을 앞세운 대형기획사들의 매니지먼트사로 전락했다” 등이 그 이유다. 뭐든지 한 쪽으로 치우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건전한 공연유통시장은 공연예술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견인하여 공연예술의 성장을 촉진하기 마련이다. 힘과 돈을 가진 한문연의 갑질 횡포를 견제하려면 한문연으로 들어가는 공적자금을 민간극장 쪽으로 눈 길을 돌려야 한다. 균형 잡힌 예술시장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그래야 민간예술단체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

노하룡 (극단 삼산이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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