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외국인이 겪는 한국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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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9   |  발행일 2019-06-19 제30면   |  수정 2019-06-19
구글 지도 앱 길찾기 안되고
세계 보편적 문서파일 외면
공인인증서 기반 보안 탓에
쇼핑이나 뱅킹에도 어려움
위상에 걸맞게 정책 바꿔야
[수요칼럼] 외국인이 겪는 한국 인터넷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도 높고,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상당수를 생산하는 나라. 5G 무선 통신망 개발 선봉에 서 있는 나라. 전 세계 젊은 음악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 대중 음악의 전파도 인터넷을 빼놓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필자가 듣기로 프랑스 대학들에서는 이제 한국어가 영어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은 외국어가 되었고, 어떤 대학에서는 한국어 강좌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있은 적도 있다고 한다. 수도 서울은 규모가 크고 번잡하기도 하며, 탁월한 대중교통망과 온갖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인기 있는 여행 목적지가 되었고, 전국 각지의 유서 깊은 도시와 시골 또한 세계 각국 여행객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중이다.

그러나 한국을 단기 방문하거나 장기 체재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인터넷의 세 가지 특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 도착한 외국인이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관문은 지도 앱(App)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 온 방문객이 국내의 어떤 목적지를 구글 지도 앱으로 찾아 가려 할 경우 걸어가는 길이나 운전 경로를 안내하는 길찾기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곳 저곳을 다니려면 한국 업체의 지도 앱을 별도로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끝내 모르고 떠나는 방문객도 많고, 한국 도착하고 며칠을 고생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은 한국 인터넷 환경을 좋게 보이도록 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사태는 구글 탓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고수하는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금지 정책 때문이다. 온 세상 사람에게 공개되어 누구든지 어디에서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한다는 발상 자체가 실소를 자아낸다. 온라인으로 지도를 보면 해당 데이터는 유저의 기기에 실시간 내려받아지므로 유저가 국외에 있으면 한국의 지도 데이터는 자동으로 국외 반출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보안상 이유’라는 핑계를 내세워 금지한다. 요컨대 외국 기업은 한국 지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게 하여 지도 ‘그림’(이미지)만을 겨우 보여주는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약하겠다는 것이다. 만인에게 공개된 지도 데이터의 이용을 이런 식으로 제약하는 정책은 기이하다. 심지어 북한도 이런 규제를 하지는 않는다. 북한 내의 장소를 구글 지도 앱으로 검색하여 길찾기 기능을 사용해 보라. 걸어가는 경로도 제대로 안내되고, 자동차로 운전해 가는 경로도 잘 안내되고 있다. ‘보안상 이유’라는 거짓 핑계를 대가면서까지 국내의 지도 서비스 사업자들을 감싸고 도는 천박하고 비겁한 태도를 정부가 계속 고집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지도 데이터에 관한 한 남한이 북한보다 폐쇄된 사회라고 인식할 것이며, 이 인식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한국에 오래 머무는 외국인이 그다음 겪게되는 어려움은 ‘아래아 한글’ 파일이다. 관공서나 학교 등 각 기관과 개인들은 ‘아래아 한글’ 문서 파일을 상대방에게 건네주는데 익숙해 있다. 마치 온 세상 사람들이 ‘아래아 한글’ 문서를 열람, 편집, 저장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공공기관마저도 민원인에게 ‘아래아 한글’ 파일을 던져주는 상황은 외국인에게 한국을 낯선 곳, 배타적인 곳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온 세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문서 파일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한국에 오래 살더라도 끝까지 적응하기 어려운 마지막 관문은 바로 공인인증서에 관한 것이다. 인터넷 쇼핑이나 뱅킹을 위하여 한국처럼 온갖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덕지덕지 설치하도록 강요당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래 놓고서도 매년 수천건씩 발생하는 보이스 피싱 공격에는 무용지물인 것이 바로 공인인증서 기반의 보안 기술이다. 한국의 선진적 위상에 걸맞게 우리의 인터넷 관련 기술과 정책도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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