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스니커즈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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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9   |  발행일 2019-06-19 제30면   |  수정 2019-06-19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이 도지사와 스니커즈 찰떡궁합
목마른 사람이 우물찾아 나서듯
스니커즈가 닳아 없어지는 만큼
경북도의 미래먹거리 많아질 것
[동대구로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스니커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일하는 도지사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활짝 웃고 있는 이 도지사의 등신대다.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과 달리 신발은 정장 구두가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신고 있는 스니커즈다. 요즘 이 도지사는 이런 모습으로 경북도내를 두루두루 다닌다. 처음에 사람들이 정장에 스니커즈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구두를 권유했지만, 그는 현장을 누벼야 한다면서 편안하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신발을 원했다.

지난해 7월에 민선 7기 도지사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경북도내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부처를 쉴 틈 없이 다녔다.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튼튼하고 질긴 데다 편한 스니커즈가 제격이다. 그는 몇 켤레의 스니커즈를 준비해 놓고 때에 따라 갈아 신고 있다. 앉아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타입이 아니라 현장의 모습을 보고 답을 구하는 그의 단순하면서도 명쾌함을 스니커즈가 대변한다.

단순히 많이 다녔다는 것이 도정운영의 척도가 되지 못하겠지만, 무엇인가 경북도의 미래먹거리를 찾아보겠다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측근들에 둘러싸여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 들으면 세상은 태평성대일 뿐이다. 현장에서 지적하는 도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비난하는 말들을 곱씹어 생각해보고, 비웃음에서도 배울 것을 찾아야 한다. 이 도지사는 현장에서 많은 일들과 부딪치며 답을 찾고 있다.

나는 1년 전쯤 이 도지사가 취임했을 때, ‘준비 없이 조급하게 달리면 넘어진다’는 칼럼을 썼다. 당시 이 도지사는 달리기 출발선상에서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달리기의 끝에 있는 결승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뛰쳐나가기만을 바라는, 조금 과장스럽게 말해 ‘달리고 싶어 안달 난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이 도지사가 결승선을 목전에 두고 제 풀에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끝내기도 전에 주저앉아 버려서는 이 도지사도, 경북도도 안되기 때문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도지사는 여전히 달리고 싶어하고, 달리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다. 경북도지사로서 1년 동안 완전하게 3선 국회의원의 틀을 벗어던지지는 못했지만, 틀 속에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시절 지역구 현안 해결을 위해 보좌관들과 토론하여 곧바로 결론을 내리는 속도전을 펼쳤고 지금도 도정은 속도감이 넘쳐난다. 도청 공무원들은 도지사의 말을 듣고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데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보면 이제는 결승선을 앞에 두고 이 도지사가 제 풀에 넘어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뛰쳐나가 달리고 싶어하지만, 속도를 조절할 줄 안다. 그가 민선7기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속도감에만 빠져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는 굉장히 명석한 사람이다. 무작정 달려나가고 속도를 내다 일을 그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속도를 늦추더라도 일을 완성시키는데 방점을 찍으려고 한다.

이제 1년의 시간이 지났고, 앞으로 민선7기는 3년이 남았다. 그가 달려온 속도를 봤을 때, 남은 기간에도 수많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남은 기간 이 도지사에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스니커즈가 필요할 것 같다. 그가 신고 다녀서 닳아 버리는 스니커즈의 수가 그의 도정이 힘을 얻고 제대로 갈 길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에 둘러싸인 야권 도지사로서 운신의 폭도 좁고 기댈 언덕도 없다. 그러나 이 도지사가 국회로, 청와대로 뛰어다니는 거리만큼 경북도의 미래는 밝을 것임이 분명하다.

※PS. 사실 나는 이 도지사 취임 초기에 스니커즈를 선물하고 싶었다. 김영란법 때문에 스니커즈를 선물할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수십 켤레의 스니커즈를 선물했다.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아마도 경북도민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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