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장관·대구시장·구청장 개소식 참석 “가정폭력 피해 결혼이민자 도와드립니다”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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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0 07:21  |  수정 2019-06-20 07:21  |  발행일 2019-06-20 제6면
대구에 전국 첫 이주여성상담소
동구 신암동에서 개소식 열려
“상담체계 제도화된 점에 의미”
여성부장관·대구시장·구청장 개소식 참석 “가정폭력 피해 결혼이민자 도와드립니다”

베트남 국적의 A씨(여·29)에게 결혼 생활은 악몽과도 같았다. 2014년 4월 한국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고 먼 이국으로 시집 온 그는 화목한 가정생활을 꿈꿨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남편이 술만 마시면 상습적으로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 A씨는 섣불리 이혼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남편과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때문이었다. 또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혼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끝내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한 A씨는 2017년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현재 이혼 소송 중이다.

필리핀 출신 B씨(여·25)도 2017년 6월 부푼 꿈을 갖고 한국에 왔다. 구미 한 공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돈을 모을 요량이었으나 취업 브로커는 그를 마사지숍으로 보냈다. 업주는 성매매를 강요했고, B씨는 이를 거부했다. 브로커에 속아 취업비자가 아닌 단기 관광비자로 입국했던 B씨는 결국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고 말았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피해 등으로 고통받는 이주여성이 보다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국 최초로 대구에 이주여성상담소가 문을 연 것.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19일 오후 3시 동구 신암동에서 ‘대구 이주여성상담소’ 개소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진선미 여성부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배기철 동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권 시장은 축사에서 “대한민국도 열린사회, 세계시민사회를 지향해야 할 때”라면서 “사회구조와 문화적 원인 등으로 많은 이주 여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언어적 장벽에 막혀서 하소연할 곳이 마땅히 없었을 텐데 상담소에 오셔서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 장관도 “우리나라 여성도 다른 국가에 가면 같은 이주 여성”이라며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와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 전국 최초인 만큼 대구시가 이주 여성 인권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그동안 이주여성이 상담할 곳은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밖에 없었다. 대구 이주여성상담소가 문을 연 것은 민간에서 지원하던 것을 제도화하고, 이주여성 상담체계가 마련됐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는 2017년 기준 2만369명의 외국인 여성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2014년 1만7천350명에 비해 17.4% 증가한 수치다. 이주 여성이 늘면서 이들이 겪는 범죄 피해도 증가세에 있다.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전국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검거현황’에 따르면, 2014년 123건에서 2017년 840건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에 접수되는 피해 상담 건수도 월 평균 250~300건에 달한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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