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미세 플라스틱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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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0   |  발행일 2019-06-20 제31면   |  수정 2019-06-20

자연이 분해할 수 없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노벨상까지 받았던 플라스틱의 거대한 재앙이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사전적 의미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지름 5㎜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이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은 수많은 과정을 거쳐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플라스틱은 녹슬지 않는다는 장점과 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생활 곳곳에 파고 든 플라스틱은 특징상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날드 기어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는 90.5라는 숫자가 나온다. 1950~2015년까지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지 않은 비율이다. 65년간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90.5%가 쓰레기로 변해 방치됐다는 얘기다.

미국 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통계자료를 근거로 65년간 83억t의 플라스틱을 생산했고, 63억t은 쓰레기로 변했다고 추정했다. 한번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강, 호수, 바다, 토양과 같은 지구 환경을 오염시킨다.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은 세월과 풍화작용을 거쳐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탈리아 휴양지 사르데냐섬 인근 바다에서 죽은 상태로 발견된 향유고래 뱃속에서는 새끼고래와 함께 플라스틱 22㎏이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거제와 마산 연안에서 잡은 어류 소화관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마리당 1.54개였다. 멸치는 1.04개, 청어 1.20개, 도다리 1.33개, 대구 2.40개가 나왔다.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2021년부터 금지하는 새로운 법령을 발효시킨 상태다. 유럽에서는 플라스틱 대체재 시장이 유망 업종으로 뜨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친환경 소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영향이란다.

세계 환경연구계는 효소를 이용한 플라스틱의 생물학적 분해 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2014년 식물명나방 애벌레에서 음식포장재(PE)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일본에서는 2016년 스티로폼을 먹고 사는 장내 미생물을 찾아냈다. 모두가 플라스틱을 활용할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기술이다. 우리도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플라스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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