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정의 도시디자인과 문화] 싱가포르 도시계획

  •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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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1   |  발행일 2019-06-21 제39면   |  수정 2019-06-21
열대 습지 기후에 최적화된 ‘건물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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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로열 온 피커링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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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가로에 설치된 차양막과 바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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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모양의 아트사이언스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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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키 강변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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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갑작스럽게 싱가포르를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계획도시라는 이야기만 듣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열일 제치고 따라붙었다. 우리나라가 점점 열대성 기후로 변해 더워지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데 습도가 높고 빌딩이 많은 싱가포르에서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 알고 싶단 설렘이 가득했다.

싱가포르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은 식민지로 오랫동안 있었던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이지만 높은 경제성장과 사회질서에 관한 규칙이 엄격한 곳이라는 정도다. 열대 습지라는 기후조건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에 최적화된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철저한 장기 도시계획에 따라 복합리조트, 금융·무역·해운회사, 문화예술 관련 최첨단 건축물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지어졌고, 도시의 기후에 맞는 녹지공간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공간의 디자인도 한몫을 했다.

우선 싱가포르에는 같은 디자인의 건축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계획도시답게 건물들이 개성이 넘치고 창의적이다. 이것이 엄청난 속도의 경제적 성장을 도왔고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첫날 만난 파크로열 온 피커링 호텔은 3일 동안 머무는 장소였다. 싱가포르 WOHA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설계한 이 호텔은 2013년 1월 문을 열었으며 공중정원 호텔로 불리며, 계단식 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호텔 외부에 풍성한 공중정원을 구현했다. 습도가 높은 싱가포르 건축물에는 수직정원이 건축물과 함께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고, 건축물 대부분은 기본으로 이중구조의 차양을 가지고 있었다. 차양과 식물은 건축물의 기본 배경이 된다. 아마 앞으로 수직정원을 갖춘 빌딩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개성·창의적 건물, 관광객 증가 효과
계단식 논에서 착안한 호텔 공중정원
건축물 기본배경, 이중구조 차양·식물
전통·현대 조화로운 야경 명소 관광지
건물 일부, 시민에게 내어준 그늘공간
튀지 않는 은은한 가로등 분위기 취해



호텔의 수직정원 감상을 대충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우선 싱가포르 건축과 도시계획을 알려면 강변을 걸어보면 된다고 하여 클락키(Clarke Quay)에서 각종 금융회사 빌딩이 많은 중심상업 지구를 둘러보았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건물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도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나타난다. 2010년 개장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57층 규모로 건물 3동이 스카이파크를 받치고 있다. 호텔뿐만 아니라 컨벤션센터, 쇼핑몰, 레스토랑,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 건물로 무엇보다 독특한 콘텐츠와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해마다 2천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고 있어 마리나베이 샌즈에 넘쳐나는 일자리는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경제적인 부흥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싱가포르에는 같은 디자인의 건물이 없고 건축물안의 콘텐츠가 경제발전의 핵심동력이 되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의 건축물들이 나라를 살린 것이다. 싱가포르는 도시계획에 따라 부지를 50~70년간 건축주에게 장기 대여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의 디자인과 콘텐츠가 우수하지 않으면 선정이 되지 않는다. 철저한 계획도시다.

해외를 나가면 같은 장소를 두 번 찾아간다. 낮과 밤은 같은 공간이라 해도 분위기가 사뭇 달라 도시의 모습이 변하기 때문이다. 클락키는 강변에 위치하여 예전엔 중요한 항구였다고 한다. 과거 곡물과 향신료를 저장했던 무역창고가 많은 지역인데 현재는 전통 건물보존지구다. 그래서 건물 외관을 그대로 복원하고 레스토랑이나 노천카페로 탈바꿈시켜 야경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거듭났다. 지금은 전 세계 관광객이 모여드는 중요한 관광지가 되었다. 전통과 현대 건축이 조화되어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역사가 짧은 싱가포르의 근대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건축물들이 밀집돼 있다. 낮에는 조용하고 건축물의 색이 아름다운 장소지만 밤이 되면 유람선과 예술가 공연 등 화려하게 변모하는 장소가 된다.

색달랐던 점은 무덥고 습한 가로에 차양하기 위해 받쳐둔 구조물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다. 다른 시설물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구조물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이 모든 정책은 싱가포르 시티 갤러리를 먼저 방문하고 거리를 걸어 다니면 이해하기가 쉽다. 습도가 높은 이 지역에 왜 벌레 한 마리 볼 수 없는지도 알 수 있다. 도시계획에 있어 건축, 가로 등 도시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는 시민들의 마인드 향상과 함께 지켜야 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싱가포르 건물의 공통점은 건축물 일부를 거리를 다니는 시민에게 내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가 싶어 따라 들어갔다가 그것이 그냥 길이라는 걸 알았다. 시민들에게 그늘공간을 내어준 것이다. 사람은 도시 속에서 반복적인 방문을 통해 장소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해간다. 그 장소성을 더욱 강화시켜 간다는 측면에서 싱가포르의 건축물은 시민에게 배려한 디자인이 되어 건립되고 있다. 육교마다 식물이 식재되어 있어 쫓아 올라갔더니 식물을 심을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또한 모든 건축물이나 거리의 시설물들은 간접조명으로 도시를 평온하고 안정돼 보이도록 한다. 가로 시설물이나 건축물의 전체적인 색은 어느 것 하나 튀는 색을 찾아볼 수 없는 저채도의 색상들이다. 가로등은 아주 가늘고 블랙에 가까운 짙은 회색으로 불을 밝히는 기능에 충실한 역할을 한다. 이것들이 아름다운 도시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아트사이언스 뮤지엄 건물은 마치 조형물처럼 세워져 있다. 연꽃 모양의 이 건물은 유명 건축가 모셰 사프디가 설계한 작품인데 싱가포르에 온 것을 환영하는 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또한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돔은 사각형 프레임을 외부에서 구조를 잡아주는 형식으로 전체적인 형태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열대습지인 싱가포르가 화려한 고층빌딩과 독창적인 건축물들로 인해 현대인의 신천지로 바뀐 것이다.

싱가포르의 종합예술대학인 라셀대학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외관은 단단한 블랙박스로 구성되어 딱딱한 느낌이었으나 내부는 식빵을 뜯어놓은 듯한 불규칙적인 느낌을 주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외부 공간 전체는 막구조로 덮여 있고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오픈스페이스로 구성되어 있는 중앙공간을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창의적인 공간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밖에 없겠단 생각을 했다. 살기 좋은 도시는 꼭 건축물이나 시설물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도시에는 좋은 제도가 있고 그것을 모두가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성군 디자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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