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따뜻한 로맨티스트 멘델스존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6-21   |  발행일 2019-06-21 제40면   |  수정 2019-06-21
대구의 뜨거운 여름에 취하는 ‘한여름 밤의 꿈’, 일생 가장 중요한 순간 울리는 ‘결혼행진곡’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따뜻한 로맨티스트 멘델스존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따뜻한 로맨티스트 멘델스존

클래식음악 작곡가 중에 멘델스존은 일반인에게 모차르트나 베토벤보다는 덜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 중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있다. 아마 그 곡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음악일까. 한번 맞춰보자! 신랑, 신부가 행복의 미래를 향해 행진하듯 퇴장할 때에 울리는 축복의 음악, 우리가 ‘웨딩마치곡’이라 알고 있는 바로 그 음악, ‘결혼행진곡’이다. 이 곡은 펠릭스 멘델스존이 작곡한 연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 중의 9번째 곡이다.

1826년에 17세의 소년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받은 영감으로 연주회용 서곡을 작곡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6년 후 1842년에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로부터 연극음악을 의뢰받아 이미 작곡했던 서곡과 함께 총 13곡의 음악을 완성하고, 그 다음해 1843년 포츠담의 궁전에서 연극과 함께 초연하였다. 하룻밤에 일어난 인간들과 요정들 간에 환상적이고 요상한 사건을 내용으로 하는 5막 구성의 ‘한여름 밤의 꿈’은 멘델스존의 음악으로 인해 더 환상적이며 희극적으로 재탄생되었다. 오늘날은 관현악곡으로 ‘서곡(Overture)’ ‘스케르초(Scherzo)’ ‘간주곡(Intermezzo)’ ‘야상곡(Nocturn)’ ‘결혼행진곡(Wedding March)’ 5곡을 묶어서 자주 연주되고 있다.

펠릭스 멘델스존-바르톨디(1809~1847)는 독일의 초기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이자 라이프치히 음악대학을 설립한 교육자이며, 자칫하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버릴 뻔한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을 세상에 알렸던 지휘자이기도 했다. 서양음악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신분이 낮았으며 가난했다. 중세시대 음악가들의 신분은 대부분 ‘교회의 종’이었으며, 바로크시대는 ‘궁정의 종’이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시대에는 교회, 궁정 외에도 귀족가문의 후원을 받는 신분이 높지 않은, 그러나 천재 또는 예술가로 불리면서 하인보다는 좀 더 고상한 위치였다. 그러나 멘델스존은 달랐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 함부르크의 부유한 유대계 은행가였으며, 그의 할아버지 모제스 멘델스존은 ‘독일의 소크라테스’ ‘독일의 플라톤’이라 칭해지는 유명한 철학자였다.

그는 부유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음악교육뿐만 아니라 문학, 회화, 언어 등 폭넓은 교양을 쌓을 수 있었다. 그는 귀족들에게 인기 있는 천재 음악가였으며, 이상적인 결혼과 가정생활을 누렸던 부와 명예를 다 가진 행복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생계를 위해 고된 음악활동을 할 때 멘델스존은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음악활동을 하였다. 때문에 그는 당대의 음악가들에게 부러움과 시기를 받기도 했다. 특히 후기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 바그너는 그가 유대인인 것을 비난하였고, 어려움이 없는 환경 속에서 탄생한 그의 음악은 깊이가 없고 가볍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동시대 최고의 문호 괴테는 그를 모차르트보다 더 천재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의 음악은 부드러운 낭만적 정서와 균형 잡힌 형식미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 브람스의 곡과 함께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손꼽힐 정도로 연주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는 지휘자로서도 업적이 뛰어났다. 1835년에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취임하여 이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올려놓았으며, 라이프치히를 독일 최고의 음악 도시로 만들어놓았다. 또한 그의 음악에 영향을 끼친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의 숨겨진 명곡들과 슈베르트, 쇼팽, 슈만, 베를리오즈 등 동시대작곡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소개하였다. 38세의 나이로 요절한 그는 그 짧은 생애동안 수많은 명곡을 작곡하였고,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을 재발굴, 초연하였다. 학교를 설립하여 음악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멘델스존은 참으로 부지런하며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로맨티스트임에 틀림없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롤 모델을 기억해냈다. 그가 바로 멘델스존이다. 나만 생각하고 살기에도 빠듯한 현대사회에 다른 이의 장점과 재능을 발견하여 세상에 소개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멘델스존과 같은 그런 멋진 삶! 바로 내가, 우리가 꿈꾸는 삶이 아닐까!

대구의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어느 한여름 밤에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감상하며 그 환상적인 음악적 색채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아마 꿈속에서 요정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곡가, 대구음악협회 부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