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힘들어할 땐 1분 꼬옥 안아주고, 눈을 바라보라”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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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4 08:15  |  수정 2019-06-24 09:29  |  발행일 2019-06-24 제15면
☞ 청중의 물음에 정혜신 답하다
20190624
정혜신 박사. 그는 전략적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공감은 공감이 아니어서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Q 우리 엄마가 갱년기인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질문에 대한 점검부터 하자. 갱년기 여성은 몇백만명 있다. 그러나 우리 엄마는 한 사람이다. 한 사람의 문제를 그렇게 일반화하면 안된다. 그러면 일반화된 처방이 나온다. 개인이 소외된다. 엄마는 갱년기여서 힘든 게 아니라 이렇게 일반화해 바라보니까 힘든 거다. 엄마에게 물어라. “엄마, 마음이 어떤데? 왜 그런데?” 이렇게 시작해보라.

Q 초등학교 다니는 큰딸이 “엄마는 어릴 때 예쁘다는 소릴 들었어?”라고 물었다. 딸이 예쁜 외모는 아닌데, 외모 고민을 시작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부모로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A 무작정 예쁘다고 칭찬하는 것은 안된다. 물어봐야 한다. (딸이) 무엇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지, 자기 외모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는지. 속마음을 차근차근 물어보면서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아이가 ‘죽고 싶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강하게 속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게 아니라고 설득하지 말고, ‘그런 심정이구나’ ‘그렇구나’하며 공감해줘야 한다. 이런 과정은 아이에게 심리적 베이스를 만들어준다. 그거면 된다. 외모 비교로 인한 고통, 그건 자신이 겪어 나가는 것이다. 아이의 몫이다. 그리고 ‘엄마는 언제 봐도 네가 예쁜데’하고 가볍게 귀띔해줘라. 그런 시선이 자신에게 있다는 게 아이의 인프라를 만들어준다.

Q 내 주변에 내 이야기에 집중해줄 누군가가 없는 것 같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A 주변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하라. 그 사람에게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싶은데, 당신이 떠올랐다. 그냥 듣기만 해달라’라고 부탁해보자.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데, 이게 그렇지 않다. 내가 억울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이 눈물을 글썽이거나 공감하는 표정을 보이면 굉장한 마음이 생겨난다. 정말 위로가 될 거다. 뜻밖의 경험이 되고, 둘의 관계가 각별해질 거다.

Q 초등 교사인데,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케어하는 데 고충이 많다.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알려달라.

A 안아주는 것이다. 안아주기의 힘은 강력하다. 1분만 꼭 안아주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라. 이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누군가 나를 안아주고 눈을 봐준다는 것은 누군가 내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표시다.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는 마음은 뭔가. 자기 존재가 소멸되고 유령 취급 당하는 것이다. 누가 내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게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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