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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교육청,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정혜신·심리기획자 이명수 초청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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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설기자
  •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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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싶으면 물어보세요, 오늘 마음이 어때?”

정혜신 박사와 그의 남편 이명수 심리기획자가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둘은 “공감하려면 먼저 상대방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18일 오후 6시 대구시교육청 행복관. 수용인원 500명 규모의 이 강당에 무려 800명이 넘는 시민, 교직원들이 운집했다. 이날은 대구시교육청의 ‘화요일의 인문학’ 강연이 열린 날이다. 베스트셀러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박사(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 이명수 심리기획자의 토크쇼가 마련됐다. 두 사람은 부부이기도 하다. 토크쇼의 주제는 ‘공감’. 이들의 토크쇼를 질문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한 존재가 비로소 다른 존재를 만나는 일이다. 계급장을 떼고, 학벌, 권력, 소속, 영향력 같은 것은 다 치우고, 목욕탕서 알몸으로 만나듯 한 존재가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쌍둥이 아들을 둔 엄마가 ‘큰 아들은 공부, 운동, 인성 등 빠지는 게 없는데, 작은 아들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한탄하더라. 그러면서 ‘그래도 큰 아들한테는 엄마로서 성공한 것 같다’고 다행스러워 하더라. 그래서 내가 ‘내 말이 잔인할 수 있지만, 어머니는 작은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적 없듯 큰 아들도 존재 자체로 바라본 적 없는 거다’라고 얘기했다. 그 어머니는 털썩 주저앉았다. 실제로 큰 아들을 만나보니 굉장히 강박적이었다. ‘긴장을 풀 수가 없다’ ‘한번도 잠을 푹 자본 적 없다’ ‘실수하면 엄마가 얼마나 실망할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어머니는 자신이 아들들을 존재 자체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을 비로소 받아들였다. 이후 아이들을 혼내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칭찬도 안했다. 어떻게 되었겠나. 1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아들의 폭력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 큰 아들의 긴장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동안 이 어머니는 자녀의 성적, 성과, 성취, 외모, 재능에 휘둘려 자녀의 존재 자체를 만날 수 없었던 거다.”(정혜신)


충고·조언·평가·판단은 ‘공감의 걸림돌’
부모가 이런 말 안해야 자녀 심리적 안정
묻고, 듣고, 공명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법



▶존재와 존재가 만난다는 것, 쉽지 않다. 인간은 마음에 대해 무지하다.

“개인적 경험담을 소개할까 한다. 제가 주식회사를 운영할 때 의사결정 실수로 5억원을 피해볼 위기에 처했다. 걱정이 컸다. 방에 혼자 우두커니 있었다. 그런데 정혜신이 들어왔다. 그리고 ‘많이 힘들어? 오늘 마음이 어때? 괜찮아?’ 하고 환하게 물어왔다. 그러면서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해. 다른 사람이었다면 10억원 이상 피해가 났을 걸’이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너무 안도가 됐다. ‘다음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전폭적 공감을 받으면 사람은 합리적이 된다. 똑똑해진다.”(이명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한 중학생이 엄마에게 자기 이야기를 다른 친구 일인 것처럼 돌려 말했다. “우리 반에 왕따 당하는 애가 있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엄마는 아이에게 ‘그 아이 부모님께 말씀드려. 너까지 괴롭힘을 당하면 견뎌낼 수 없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엄마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다음날 옥상에서 투신했다. 아이는 엄마에게 ‘헬프 미’ 사인을 보냈지만, 엄마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처럼 상대는 내게 고통스럽다는 사인을 주고 있는데, 내가 못 알아차려서 상대방을 더 고통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

“존재의 핵심은 감정이다. 생각, 신념, 소신 같은 것은 핵심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부모, 선생님 등 주변의 가르침인 경우가 많다. 한 존재를 제대로 만나려면 수시로 변하는 감정에 지속적으로 눈을 맞출 줄 알아야 한다. 제가 그 아이 엄마라면 이렇게 하겠다. 왕따 친구가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수업에는 제대로 참여하는지, 아들이 그 왕따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곁에서 보면서 너도 힘들지 않았는지 등…. 아이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거다. 이런 과정 자체가 치유다. 아이에게 해결책을 찾아주는 게 치유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고통받을 때 집중하는 것 자체가 치유다.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듣고, 같이 화내고, 느끼면서 존재의 감정에 공명하는 것이다.”(정혜신)

▶상대방에게 어떻게 집중하는가.

“아는 만큼 공감할 수 있다. ‘아, 그랬구나’ 고개만 끄덕인다고 공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건 공감하는 척하는 것일 수 있다. 공감하고 싶으면 물어야 한다. 사람은 모두 개별적 존재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 계속 물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상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다. ‘아,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느끼면서 공감하게 된다.”(정혜신)

4살짜리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가슴을 부셔버리고 싶어.” 엄마는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물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 그랬더니 아이는 “엄마 가슴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고 싶어”라고 했단다. “뭐가 들어 있을 것 같은데?” 엄마가 다시 묻자, 돌아온 대답. “밥, 물, 하트가 들어 있을 것 같아.”

정씨는 “만약, ‘부셔버리고 싶다’는 아이 말을 들은 엄마가 ‘그러면 엄마가 아파. 그런 말 하면 안돼’라고 다그쳤으면 어땠을까, 아이는 자기 속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의 반응에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하는 일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을 꼽는다면.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하 충조평판)이다. 어른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대화의 대부분이 충조평판이다.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을 보면 99%가 충조평판이다. 부모가 돼서 자식에게 이것도 하면 안 되냐고 반문하겠지만 입을 다물면 된다. 충조평판만이라도 내가 하는 말에서 걷어내면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 있다. 부모가 이런 말들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결핍도 거의 없고 여유 있고 심리적 자본이 풍부해진다. 행복한 아이들로 키울 수 있다.”(이명수)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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