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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책상사이] 탐구과목 선택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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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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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지리학을 가르치는 후배가 찾아왔다. 이 교수는 올 때마다 꽃이나 책을 가지고 온다. 4년 전에 가지고 왔던 양란은 아직도 매년 꽃을 피우고 있다. 이번에도 꽃다발과 함께 지리학자 하름 데 블레이가 쓴 ‘왜 지금 지리학인가’를 들고 왔다. 그는 내가 잡식성 독서가임을 알기 때문에 지리학에 관한 책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미 국무부가 외교관 필독서로 추천한 책이다. 저자 하름 데 블레이는 세계를 해석하는 틀로서 지리학을 강조한다. 저자는 대규모 환경 변화, 대대적인 인구 이동, 문명의 충돌 등 21세기의 도전을 바라보는 지리학자의 시각을 소개하며, 지리적 지식 없이는 이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분쟁의 원인, 종교의 기원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지리적 사건과 그 환경적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세계에 대한 분석을 심도 있게 풀어내고 있다. 책 날개에 소개된 핵심 내용은 나로 하여금 즉시 그 책을 잡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고교시절 지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아직도 많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며, 요즘 아이들 절대다수가 지도를 읽고 활용할 줄 모른다고 한 후배의 이야기를 씁쓸하게 떠올려 보았다.

현재 고교 사회 과목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한국지리, 윤리와 사상,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법과 정치, 세계사, 경제’ 등 9과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인문계 학생들은 이 중에서 2과목만 선택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어렵고 힘든 과목은 아예 선택하지 않는다. 지난해 2019학년도 수능에서 인문계 수험생의 60% 이상이 ‘생활과 윤리’를 선택했다. 법과 정치, 세계사 등은 선택자가 10%도 되지 않는다. ‘경제’ 과목은 선택자가 불과 2% 대이다. ‘생활과 윤리’를 선택한 학생이 그렇게 많은데 학교 폭력과 윤리 문제는 왜 진전이 없는지 알 수 없다던 어느 경제 선생님의 자조적인 농담이 그냥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부모 세대들은 국사와 사회 9과목을 다 배우지 않았는가. ‘세계사’와 ‘경제’ ‘법과 정치’ 등을 배우지 않고 어떻게 현대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지식인 행세를 할 수 있는가. 자연계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의학계열 지원자가 ‘지구과학’을 선택하고, 공대 지원자 절대다수가 ‘물리’를 배우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이 국어 시험에서 인문, 자연과학 지문이 나오는 ‘독서(비문학)’ 영역을 그렇게 어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경 지식이 거의 없는 지문이 나오니 답답한 것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이 옥스퍼드대학에 1억5천만 파운드(약 2천200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는 그 돈을 “인공지능(AI)과 연결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문학 연구에 써 달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10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와도 핵심적 관건은 ‘인간’ 자신이다. 인문적 교양의 토대는 중고 학창 시절에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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