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2 윤창호법’ 첫날, 대구 단속현장 가보니…

  • 민경석,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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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6 07:35  |  수정 2019-06-26 07:36  |  발행일 2019-06-26 제2면
“맥주 딱 3잔 마셨다” 항변…만취 오토바이 운전자 적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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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황금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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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북구 노원동 원대역 인근에서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더, 더, 더, 더! 면허취소 수치 나왔습니다.” 음주단속 기준이 대폭 강화된 ‘제2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25일 오전 1시 대구 전역에서 음주단속이 실시됐다. 음주단속반은 붉은 라바콘(원뿔형 플라스틱 도로안전용품)과 단속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도심 곳곳에 진을 쳤다. 새 도로교통법에 따라 면허정지 기준은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측정된다는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대구경찰은 이날 0시부터 5시까지 모두 10곳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여 4명을 적발했다. 경북경찰은 안동·칠곡에서 2명을 적발했다.

◆측정거부에 도주까지 천태만상

이날 오전 2시40분쯤 수성구 황금네거리 인근 도로. K7 차량 한 대가 단속반을 보고는 갑자기 핸들을 꺾어 차를 세웠다. 운전자 A씨(여·32)는 경찰이 다가가자 창문을 살짝 내리며 “맥주 딱 세 잔 마셨다”고 항변했다. A씨가 감지기에 조심스레 숨을 내쉬자 이내 경보음이 울렸다. A씨는 차 안에서 버티며 측정을 거부했다. 평소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단호했다. 20여분 실랑이 끝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0.108%가 나왔다.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


25일 새벽 5시간 10곳 4명 적발
대리운전 호출은 평소의 1.5배
상습적발 원대역 인근 적발 ‘0’
아침 대리운전 문의 등 法 체감



앞서 오전 1시39분쯤 이곳에서는 돌발상황이 있었다. 검정색 스팅어 차량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단속을 위해 깔아놓은 라바콘을 그대로 치고 도주한 것. 곧바로 순찰차가 추격에 나섰지만 빠르게 달아난 스포츠카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에는 손을 쓰기가 어렵다. 인력이 많이 투입된 날에는 추격조를 붙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2차사고를 우려해 과도하게 추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북구 산격동 한 치과 앞 도로에서는 베트남 국적의 B씨(25)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23%로 만취 상태였다. B씨는 면허조차 없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대리운전 ‘때 아닌 특수’

택시와 대리운전 업계는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단속 강화 소식을 접한 다수의 시민이 택시나 대리기사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북구청 앞에서 만난 대리기사 이모씨(42)는 “체감상 대리운전을 호출하는 ‘콜’이 평소보다 1.5배 정도는 늘었다”면서 “아침에도 대리운전이 가능하냐고 문의하는 손님이 생긴 걸로 봐서는 제2 윤창호법의 영향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째 택시를 운행 중인 전모씨(55)는 “최근 들어 오늘이 가장 손님이 많았다. 며칠 전만 해도 ‘소주 한두 잔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오늘은 택시를 이용한 것 같다”며 “이런 상태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 그동안 꾸준히 음주운전자들이 적발되곤 하던 북구 노원동 원대역 일대에서 경찰이 오전 1~3시 음주단속을 진행했지만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개정법안 시행 첫날 단속이 되지 않은 걸 보니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음주운전 예방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홍보와 단속을 병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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