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력산업 車부품 살리자” 市·금융기관 상생 동참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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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6 07:27  |  수정 2019-06-26 08:00  |  발행일 2019-06-26 제3면
지역기업 이래AMS에 긴급 금융지원
20190626
대규모 해외물량을 수주하고도 자금난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대구 중견 차부품업체 이래AMS(옛 한국델파이)가 대구시 및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 2천258억원 상당의 긴급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 12월 달성군 이래AMS 본사에서 열린 ‘이래AMS 노사상생 재도약을 위한 비전 선포식’. <영남일보 DB>

대구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지원사격으로 자금난의 숨통을 틀 지역 중견차부품업체 이래AMS(옛 한국델파이) 사례는 천편일률적인 국내 지자체 일자리지원사업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미·광주와 같은 대기업 유치와 관련된 신규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 전통 제조업인 중견 차부품업계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력도 추가 고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사상생, 원-하도급 상생, 그리고 기존 전통산업 구조 고도화 등 다양한 가치들을 담으면서 사업 내실도 다질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만성적 불경기 속에서도 지역의 주력 산업인 차부품 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금융기관이 적극 동참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1조4천500억원대 물량 수주에도
생산시설 확충 투자자금난 겪어
권영진 시장 지원책 마련 나서자
대구銀·대구신용보증재단 가세
전통산업 구조고도화 기틀 마련

◆녹록지 않았던 이래AMS 금융지원

1984년 매출액이 1조2천억원(2013년)에 이르던 이래AMS는 GM계열사로 출발했다. GM대우 사태를 거쳐 2015년 이래그룹이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고객다변화 및 해외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된 납품처인 GM군산공장이 기우뚱하면서 물량이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2016년엔 매출액이 5천249억원으로 고꾸라졌고, 이래오토모티브(공조부품)에서‘이래AMS’(전장·구동·제동·조향부품)로 분리된 2017년엔 4천820억원까지 매출액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4천606억원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이는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피아트-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쌍용자동차 등으로부터 1조4천500억원 가량의 물량(구동부품)을 수주한 것. 하지만 이 물량을 생산하려면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자금이 없었다.

당시 은행은 완성차업계 불황이 이어지자, 금융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차부품업체에 대해 금고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수주가 활발한 구동부품만이라도 사업장을 분리하려 했지만 노조가 반대했다. 노조는 대구시에 SOS를 보냈고, 시는 이후 노사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해법을 모색했다. 이들은 사업장을 분리하지 않은 채 기존 일자리도 지켜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국책은행)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권영진 시장은 산업은행장을 직접 만났고, 대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 같은 사정을 전하며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후 산업은행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다른 금융기관도 이래AMS살리기에 힘을 실었다. 그 성과는 2천258억원 금융지원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대구시와 이래AMS 등은 빈약한 재정상황이지만 10억~20억원씩 출연해, 200억원규모의 지역상생펀드를 조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구 미래형노사상생일자리의 의미

이번 이래AMS 금융지원 사례는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다.

우선 이래AMS뿐 아니라 이 업체만 바라보던 협력사(하도급업체) 270개사가 다시 경영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이래 AMS 직원 850명을 포함해, 원-하도급업체 근로자수는 무려 4만 3천명이다. 여기에 직원 가족까지 감안하면 이래AMS의 책임감은 더 막중해진다.

만약 이번에 금융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지역사회 또한 큰 충격에 빠질 수 있었다. 노사합의로 원-하도급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이 대구에서 마련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금융지원을 계기로 노사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 적용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간 지역경제를 튼실히 떠받쳐 온 차부품 중견업체에 대한 안정적 투자와 고용안정이 이뤄지게되면서 지역 다른 차부품업체 등 전통산업의 부활작업(산업구조고도화 프로그램)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흘러나온다.

지역 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지역은행인 대구은행과 대구시, 대구신용보증재단이 팔을 걷어붙인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래AMS 미래형 일자리 모델은 대구지역 원-하도급 간 극심한 격차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지키기와 신규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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