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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같이 느껴지는 붓질…‘텅빈 듯 가득한 화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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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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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태 작
김창태 작
“내가 죽고 나서 비석을 세운다면 ‘나를 설득하느라 평생을 다 썼다’라는 비문을 새길 겁니다.” 김창태 작가(61)의 말이다. 그림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전해진다. 스스로 설득되지 않은 그림을 세상에 내놓은 적이 없다는 뜻이다.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작업을 할 때 (그림과) 수천만번의 대화를 한다. 막상 그림이 완성되면 할 말이 없어진다”고 했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정신이다.

김창태展 내달 5일까지 동원화랑
일상서 찾은 편안한 이미지 표현
중첩된 붓질이 주는 깊이감 ‘감동’

작가의 개인전이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동원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텅 빈 가득함’이 타이틀이다. 물질적인 세계와 비어있는 세계가 다르지 않음을 뜻하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연상된다. 그림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삶의 철학이 투영된 주제다. 작가는 “이 나이가 되면 작업과 삶이 일치할 수밖에 없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림 또한 작가의 미소처럼 편안하다. 그냥 편안함이 아니라 세상의 욕망을 떨쳐낸 듯한 평온함이 담겨 있다. 자신의 작품을 ‘조용한 존재’라고 말하는 작가는 “경산의 작업실과 공부방을 다니다가 보면 편안한 이미지를 만나는 순간이 있다.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고 밝혔다. 작가의 그림에는 풍경만 있는 게 아니다. 인물도 등장한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사람일 때도 있다. 작가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그린다”고 했다.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매일 10㎞ 정도를 걸었다고 밝혔다. 길에서 바라본 풍경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한번도 같은 느낌으로 길을 디딘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느낌을 그림에 오롯이 담았다.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그림이다.

작가의 그림은 점묘법을 사용한 박수근 화백을 떠올리게도 한다. 붓의 터치가 만든 인상이다.

작가는 점을 찍지 않고, 무수히 많은 붓질로 그림을 완성한다. 중첩된 면이 겹쳐져 나오면서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처음에는 뭘 그릴까를 생각하지 않는다. 큰 붓으로 화면을 이리저리 칠하다보면 이미지가 떠오른다. 큰 붓으로 밑바탕을 만든 다음 작은 붓으로 자연스러운 화면이 나올 때까지 터치를 한다”고 말했다. 계절에 따라 색만 달라진다. 여름에는 색깔이 있는 작업을 하고, 겨울에는 무채색을 사용한다.

높은 완성도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정작 작가는 “그림에 재주가 없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림에 대한 철학에서 나온 말이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또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창’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창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창을 꾸미는데 재주를 부리지 않은 것이다. ‘조용한 존재’의 의미가 새삼 묵직하게 다가온다. 7월5일까지. (053)423-13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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