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가벼운 건축, 경주엑스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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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8   |  발행일 2019-06-28 제40면   |  수정 2019-06-28
봉긋한 반구형 지붕은 신라고분, 물의공간 치솟는 이미지는 주상절리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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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세계문화엑스포기념관 건축 프레임 사이로 황룡사 9층탑 형태의 중도타워 원경이 나타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기념관 조감도.(작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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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세계문화엑스포기념관은 바다에서 솟아오른 주상절리 이미지를 건축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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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홀은 백팔번뇌, 문자의 숲, 문화팩토리 라운지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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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에서 경주엑스포로 이어지는 망라사방의 길과 세계의 문을 전시하는 지하 기념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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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역사박물관이라 일컫는 신라천년의 고도 경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역사도시다.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첨성대, 박물관, 남산 등의 유적들은 전역에 널려있지만 관광 인프라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은 보문관광단지다. 명활산 옛 성터 주변 보문호수를 중심으로 850만㎡(255만평)의 부지에 관광휴양지와 문화레저시설 등을 갖춘 관광휴양단지다. 경주시 관광객의 90%가 보문관광단지를 찾는다는 통계가 그 중요도를 말해준다.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스케치하며 구상했다는 당시의 보문관광단지 개발은 선견지명을 가진 계획이라 할 수 있겠으며 이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 인프라의 확장은 지금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긴 장방형 건물, 보행자 진입과정 유도
보문단지쪽 황룡사 9층탑 복제 타워
유기적 만남·소통 통한 동양적 자연관
백팔번뇌·세계 문자의 숲 걷는 전시홀
고대 실크로드∼현재의 길 기념전시실


보문관광단지에서 토함산으로 가는 동쪽에 경주엑스포문화공원이 있다. 세계 최초의 종합문화박람회로 일컫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1998년 시작돼 그동안 9회 대회를 개최했다. 제4회 대회부터는 앙코르와트, 이스탄불, 호찌민 등 세계에 진출, 개최해 세계 속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주엑스포 상징 건축은 경주타워이다. 황룡사 9층탑 실루엣을 모티브로 한 건축은 공원의 중심시설 전망대이다. 그러나 늦게 조성된 엑스포공원은 위치적으로 보문단지 전체에 드러나는 시설은 아니다. 2014년에는 엑스포공원 뒷동산 아평지 옆에 솔거미술관이 건립되었다. 공원과 연계한 건축명소와 항시적 문화공간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봄 엑스포기념관 건축이 정문 입구에 건립됐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기념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년 과정과 역사를 보여주는 기념관 건축은 일본의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했다. 연면적 1천800㎡(545평)에 지하 1층~지상 1층의 단순하고도 간결한 건축이다. 100여억원 예산으로 2016년 11월에 착공, 2018년 4월 완공했다.

엑스포공원 정문과 노란색 외피로 덮인 기념관 건물을 지나서 동측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공원으로 걸어서 진입하게 되면 철골기둥으로 가볍게 떠 있는 듯한 기념관 건물과 나란히 하게 된다. 도로변으로 긴 장방형의 건물은 공원 안팎을 경계지우며 보행자에게는 진입 과정의 길을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건축조형과 외부공간 주변의 경관을 바라보게 된다. 보문단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황룡사 9층탑 형태를 복제한 중도타워의 원경이 기념관건축 프레임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시각으로 나타나는 건물은 길이 124m, 폭 38m. 외형적으로는 크게 보이지만 실제 건축면적은 소규모 건축이다. 단순하고도 특이해 보이는 기념관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축에 담긴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이 건축은 경주 대릉원과 양남 주상절리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봉긋봉긋 도드라져 보이는 반구형은 신라 고분의 인상을 건물 지붕 형태로 표현하며 그 반구형은 내부 천장 디자인과 연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황금색상은 공원 정문과의 통일성을 엿볼 수 있다. 물의 공간에서 부상하며 지붕위로 치솟은 판상형은 동해안 해변에 솟아오른 주상절리 지형을 나타낸다. 그 치솟음은 지하 전시 공간 천장과 일체화하고 있다.

철골 기둥과 파고라 공간의 지붕틀 속에서 전시공간의 건축물은 열매처럼 구성된다. 건축 외곽 틀을 덮고 있는 경량의 격자형 프레임은 시각적으로 가벼운 건축이다.

◆가벼운 건축, 구마 겐고

가벼운 건축은 건축가 구마겐고가 일관적으로 추구하고 실천하는 건축 콘셉트다. 그는 콘크리트 건축의 유행과 철 유리의 대량생산재, 일률적 건축방법에 반발한다. 자연과의 조화, 유기적 만남, 소통을 통한 동양적 자연관을 건축에 나타내고자 한다.

국내 작품으로는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있다. 자연 경사지를 활용, 지붕테라스의 연속공간으로 땅·물·빛·바람 사람과의 소통을 주제로 하며 그의 방식인 목재루버를 건축 외형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내년에 완성될 2020 도쿄올림픽 스타디움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기념관의 전시공간

기념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중앙 안내 카운터와 오픈된 전시홀 공간이다. 내부 기능은 전시홀, 기념전시실, 기획전시실 3개 존으로 구성된다. 1층 전시홀은 백팔번뇌, 문자의 숲, 문화팩토리 라운지로 돼 있다. ‘백팔번뇌’는 108개의 모니터로 구성된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다.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동서양 문화와 역사, 불교의 백팔번뇌를 추상적 영상으로 표현했다. ‘문자의 숲’은 세계 여러 나라 문자를 새긴 스테인리스 미러 패널기둥들이 나무의 숲처럼 기하학적 간격으로 도열된다. 다른 문자들이 서로 반사되어 세계문화 융합의 숲을 거닐게 하는 중국 작가 우디의 작품이다.

주제공간인 기념전시실은 외부에 솟아오른 주상절리 형태의 하부공간으로 좁고 높은 천장에 조형물이 설치된다. 주요전시는 고대 실크로드에서 현재의 경주엑스포로 이어지는 길을 담고 있다.

격년제로 열리던 경주엑스포가 지금은 세계도시로 진출해 개최되고 있다. 행사를 위한 넓은 공간과 시설들은 경주엑스포문화공원으로 상시 개방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방문객의 발걸음을 위해서는 훌륭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을 답사하고 그 안의 문화 콘텐츠를 담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것은 곧 세계적인 추세다. 근간에 솔거미술관(승효상 설계)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념관(구마 겐고 설계)이 세워진 것도 그러한 의도일 것이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설계의 미술관으로 되살아난 일본 나오시마, 세계 건축가들의 건축으로 명소가 된 스위스 비트라 가구회사의 사례처럼 경주엑스포건축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구상도 필요할 것이다.

한터시티건축대표·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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