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황교안 리스크’에 한국당 도로위기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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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1   |  발행일 2019-07-01 제30면   |  수정 2019-07-01
중도층 공략타깃 청년·여성
아들자랑, 女당원 노출춤에
외연확장은커녕 좌초위기로
與 어부지리로 ‘총선 필패론’
성찰과 주변점검 필요한 때
[송국건정치칼럼] ‘황교안 리스크’에 한국당 도로위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5월말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무리한 직후 ‘외연확장’을 선언했다. 보수유권자들이 황교안 체제로 전환된 한국당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 만큼 내년 4·15 총선에 대비해 중도층 공략에 나설 시점이란 판단이었다. 당내에서 ‘아직은 보수결집에 더 신경 쓸 때’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총선을 넘어 대권까지 노리는 황 대표는 듣지 않았다. 그리곤 외연확장의 주요 타깃을 보수정당의 취약계층인 ‘청년’과 ‘여성’으로 정했다. 국회에 20~40대 청년들을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었고, 2030세대로 구성된 수강생 40여명을 대상으로 ‘청년정치캠퍼스Q’ 특강을 진행했으며, 30대 청년이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역의 당원교육에도 직접 나섰다. 또 ‘여심(女心)’을 얻기 위해 여성 기업인들을 만났고, ‘맘카페’ 회원들과의 타운홀 미팅, 난임·불임 부부들과의 간담회도 추진했다.

그러나 청년과 여성을 겨냥한 야심찬 프로젝트는 초반부터 좌초위기에 몰렸다. 보수정당의 접근에 호기심을 보이던 청년들을 걷어찬 인물은 황 대표 자신이었다. 청년층에 다가서기 위해 마련한 숙명여대 강연에서 자신의 아들이 스펙도 없고 학점과 토익점수가 낮은데도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자랑’했다. 이에 청년층 사이에서 “‘황교안 아들’, 그 자체가 스펙 아니냐”는 말이 당장 나왔다. 가뜩이나 KT에 입사한 황 대표 아들에 대해선 노조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또 그 아들이 실제론 명문대를 나왔고, 학점과 토익 점수도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취업난을 겪는 흙수저 청년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여성 공략 프로젝트 역시 여성당원들이 당 공식행사에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춤을 추는 엽기적 사태에 좌초됐다.

황 대표는 엉덩이춤의 심각성을 몰랐는지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한 거 잊지말고 더 연습해서 멋진 공연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논란이 일어난 후엔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어서 우리가 실수하면 크게 보도된다”고 느닷없이 언론탓을 하는 바람에 보수언론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이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당소속 일부 의원들의 부주의한 언어 선택으로 여당과 진보언론에 의해 ‘막말 정당’ 프레임에 갇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 대표가 의원들을 보호하며 역공에 나서기보다는 질책을 먼저 했다. 당 지도부가 “또다시 ‘막말 논란’을 일으키면 엄중 문책하겠다”고 하니 공천심사를 앞둔 의원들은 일제히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한국당은 장외투쟁과 원내외 병행투쟁 방안을 놓고 당론이 둘로 쪼개졌고, 특히 이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투톱 사이의 갈등설도 새어나왔다.

한국당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황교안 체제는 출범 110여일 만에 또다시 위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선 “우리가 야당 복(福)은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조원진 대표가 이끄는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이 ‘박정희·박근혜 마케팅’에 본격 돌입하면서 보수 갈라치기가 수월해진 마당에 한국당 안에서 잇단 자책골이 터지니 민주당은 총선 승리가 눈 앞에 보일 것 같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참패하면 보수재건의 마지막 기회가 날아간다. 이는 진보세력 장기집권,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교체에 길을 터주는 일이다. 황 대표로선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벌써부터 ‘측근 3인방’ ‘복심(腹心’ 얘기가 들리는 건 위험신호다. 본인을 되돌아 보고 참모진도 재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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