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 .7 끝] 뮌헨직업학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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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2   |  발행일 2019-07-02 제8면   |  수정 2019-07-09
“한명의 낙오도 없게”…국적·가정환경 관계없이 똑같은 교육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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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시 데로이 스트라쎄(街)에 있는 뮌헨직업학교센터. 여기에는 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와 ‘금속-디자인-메카트로닉스 전문 학교’, 금속구조 및 기계 전문학교 등 3개 직업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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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 군터 파 교장(왼쪽)과 교사가 로봇 작동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독일직업학교 교육은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거의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15세부터 60세가 넘은 국민까지 경제활동인구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요즘 우리나라 교육당국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슬로건을 자주 쓰는데 구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반면 독일은 단 한 명도 낙오없이 모든 국민이 전문직업기술을 가지도록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세 마이스터제도부터 근현대의 이중직업훈련시스템(Duale Ausbildung System·이하 두알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직업교육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독일은 이 체계적인 직업훈련제도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80%의 중소기업이 두알시스템을 통해 우수한 산업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독일 국민 개인으로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직업을 얻을 수 있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 건전한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다.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전국민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직업훈련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국가 산업 발전을 일으키고, 그만큼 조세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현재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매우 낮다. 2019년 5월 독일통계청자료(Statista)에 의하면 15~25세까지의 유럽 주요국가의 청년실업률은 스페인 32%, 그리스 38%, 이탈리아 31%, 프랑스 20%에 비해 독일은 6.8%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두알시스템에 근거를 둔 이론과 그 활용, 나아가 학교와 기업의 상호 교육체제에서 오는 결과물이다. 독일은 낮은 실업률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복지비용 지출이 적다. 국가재정정책에서 조세수입 확대와 사회복지비용 지출 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두알시스템에 필요한 재원 확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선투자(先投資)를 이끌어 내는 데 있었다고 한다. 두알시스템 도입 초기에 사실 기업이 비숙련 노동자에게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알시스템 교육을 받은 직원들의 성과를 보면서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런 만큼 기업이 직업학교에 기업현장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 편성되도록 적극적인 요구를 하고 있으며, 직업학교는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두알시스템의 국제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뮌헨시청 및 교육·스포츠부서 크리스티네 빌란트씨와 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Vocatinal school for mechanic engineering) 교장이자 뮌헨직업학교센터(Deroystrabe munchen vocational school center) 연구이사인 군터 파씨를 만나 청소년 직업학교 현황에 대해 취재했다.

뮌헨시, 시립전문학교만 85개
360개 이상 직업프로그램 제공
사회복지·디자인·기업관리 등
현재 4만명 젊은이 교육 받아

獨 경제 이끄는 80% 중소기업
두알시스템으로 우수인력 확보
학생 교육비도 거의 무료 수준
청년실업률 6.8%로 매우 낮아


◆뮌헨시 직업교육정책

‘모든 아이들이 적합한 직업교육을 받아 잘살 수 있도록 한다. 국적이나, 가정 환경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한테 똑같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준다.’ ‘개인은 모두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재능이 있고 이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직업훈련교육을 해야 한다.’

이는 뮌헨시의 교육철학이다. 학교도시인 뮌헨은 직업교육에도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뮌헨직업교육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젊은 세대들이 순조롭게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뮌헨시는 직업교육을 일반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이나 외국 이민자 등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낮으면 직업교육을 받을 자격이 없다거나 좋은 직업을 가질 수가 없다는 편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누구나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누리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학교

뮌헨시에는 85개 시립 직업전문학교(Stadtische Berufliche Schulen)와 20개 실업학교(Stadtische Realschulen), 14개 인문학교(Stadtiesch Gymnasien)가 있다. 이 85개 직업전문학교는 기술계 직업학교(Berufsschulen) 36개와 그 후 상위 2년 과정인 전문고등 직업학교 6개(Berufsoberschulen 4개·Fachoberschulen 2개), 비기술분야 직업학교(Berufsfachschulen) 8개와 그 상위과정인 4개 전문아카데미(Fachakademien), 4년제 수준과 맞먹는 29개 마스터학교(Fach-, Techniker-, Meisterschulen), 2개의 비즈니스 스쿨(Wwirtschaftsschulen) 등으로 짜여 있다.

뮌헨시는 이 85개 직업학교를 통해 취업수요가 많은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직업을 배우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85개 직업 학교에서는 360개 이상의 직업군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기술계통부터 사회복지, 디자인, 기업관리, 제과 제빵 등 다양하다. 교육과정도 단기 2년부터 3.5년 일반과정에 추후 2년의 고급단계 등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현재 약 4만명의 젊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기술분야도 철공소 같은 전통적인 직종에서 3D 프린팅과 같은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업종별로는 숙련 직종부터 상업 및 행정 직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분야별로 보면 자동차기술 기계 분야가 약 10%, 금속분야 10% 등으로 가장 비중이 많고 전기·IT분야가 그 뒤를 따르며 이외 정육기술 마이스터, 요리사, 제빵사 등 360여개 직업군이 있다고 한다.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은 기업과 상공인단체, 16개 주 교육관계자, 연방정부 등이 국가와 전세계의 산업흐름을 주시하면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사회와 산업계의 인력수급을 예측해 적기에 필요한 인력공급체제를 갖춤으로써 구인난을 피하고 실업률도 대폭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뮌헨시는 매년 새로운 직업훈련 과정이 창안되고 있고 1996년에서 2005년 사이에만 210개 교육과정의 현대화가 이루어졌다. 또 직업 학교는 산업발달에 맞춰 지속적으로 새로운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훈련분야는 이론 및 실용 교육 간의 긴밀한 연관성 아래에서 진행된다. 뮌헨시는 이들 직업학교를 통해 150개 이상의 두알시스템 교육을 제공한다. 뮌헨시 36개 기술계직업학교에서는 독일 유명회사인 지멘스, BMW, MAN(대형 트럭사) 등에 취업한 3만5천명에 대한 두알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직업교육생이 4만명임을 고려하면 고급과정 학생 외 대부분의 학생이 두알직업훈련생인 셈이다. BMW의 경우 직업훈련생은 첫 해에 세금 공제 후 받는 월급이 800~1천유로이고 해마다 훈련비가 상승한다. 취직되면 첫 월급보다 3배가 되는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뮌헨시 데로이 스트라쎄(街) 직업학교센터

데로이스트라쎄에 있는 뮌헨직업학교센터(Deroystrabe munchen vocational school center)에는 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Vocatinal school for mechanic engineering)와 ‘금속-디자인-메카트로닉스 전문 학교(Berufschule fur Metall-Design-Mechatronik)’, 금속구조 및 기계 전문학교 등 3개 직업학교가 있다. 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는 BMW 등과 두알교육시스템에 의해 교육받는 학생들이 약 1천300명 된다. 이 가운데 8%가 여성이다. ‘금속-디자인-메카트로닉스전문학교’에는 약 1천400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고, 이 가운데 15%가 여학생이다. 이들 학생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서 직업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직업훈련생 중에 95%가 두알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있어 사실상 취업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르프슐레 직업학교 교육은 주 39시간이다. 수업은 주로 산업기계, 조립기계, 기계프로그래밍, 기계제작 등의 교육이 주류를 이룬다. 교육시간 가운데 독일어 3시간, 영어 2시간, 종교(가톨릭·개신교 등) 1시간, 사회일반 수업 3시간 등이 포함돼 있다. 이 9시간의 교육은 직장 생활 및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영어교육과 종교교육, 일반 교양교육 등을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통상 1년은 1주 39시간, 12주 60일이 학교에서 실습과 수업을 받는 시간이다. 두알시스템 수강생들은 방학 중에도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

직업학교 운영비 및 인건비는 바이에른주에서 60%, 뮌헨시에서 40%를 지원해 준다. 교육비는 거의 무료고 학생들은 복사비 정도 부담한다고 한다. 29개 마이스터슐레 학생 중 직장을 구하지 못해 훈련비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정부에서 월 1천300~1천400유로를 대출해주고 취업 후 상환하는 장학제도가 있다.

4차 산업혁명 맞춰 메커니컬엔지니어스쿨을 뮌헨공대와 같이 협력해서 교육한다고 한다. 뮌헨공대에 교사과정을 가르치는 교수와 이 직업학교 교사들이 같이 세미나를 하고 뮌헨공대 학생이 직업학교에서 실습을 한다고 한다. 첨단 기술 수요를 세미나를 통해 공유하고, 실습경험을 쌓은 뮌헨공대 학생은 졸업 후 이 학교 교사로 취직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체보다 학교 교사 급여가 낮아 교사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군터 파 교장은 “두알시스템은 사실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독일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두알시스템 덕분이다. 유럽에서도 배우려고 하고 있다. 한국에서 15년 전에도 대규모 참관단이 와서 두알시스템을 견학하고 갔으나 아직 본격 시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한국에 두알 시스템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계와 교육계, 사회가 통합해서 추진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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