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日 오키나와 최서단섬 구메지마

  • 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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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5   |  발행일 2019-07-05 제38면   |  수정 2019-07-05
‘참치 킬러’ 패러슈트(오키나와 어부 전통채비) 내려가자마자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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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슈트 채비에 걸린 황다랑어가 수면까지 올라와서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다.


북서쪽 해상 세찬 빗줄기 기상 상황
채비 수심 100m 목적지 내린 ‘에빙’
고만한 씨알 눈다랑어 마릿수 낚아
출조 마지막날 맛본 35㎏ 황다랑어
오키나와 전통채비 덕 연이은 손맛


취재팀은 4월30일 오후 오키나와 나하공항에서 비행기로 구메지마에 들어갔다. 이튿날인 5월1일 비 예보가 있지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호텔 앞 가네구스항에서 ‘제2다이치마루호’에 올랐다. 이때가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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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조 첫날(5월1일) 폭우 속에서 에빙으로 눈다랑어를 낚아내고 있다.

◆마릿수 눈다랑어 히트

2시간 여를 달린 제2다이치마루호가 엔진을 멈춘 곳은 구메지마 북서쪽 해상.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후둑후둑 떨어지던 빗방울이 굵은 빗줄기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취재팀은 모두 비옷을 입고 갑판으로 나갔다. 다행히 바람은 심하게 불지 않았다.

취재팀이 먼저 꺼내든 채비는 ‘에빙(Ebing)’.

다케시 노보루 선장이 채비 수심을 알려준다.

“100m~!”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이하늘씨가 먼저 채비를 내린다. 목적 수심층까지 채비가 내려간 걸 확인한 후 저킹을 하는 이씨. 입질은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덜커덕~ 입질을 받은 이씨는 바로 낚싯대를 세워 파이팅을 한다. 이윽고 수면 위로 어체가 떠오른다. 다케시 다이치 사무장이 작살을 내려 찍어올린 건 눈다랑어(Big Eye Tuna). 무게를 달아보니 정확히 5.8㎏.

곧바로 옆에 있던 최운정씨도 입질을 받는다. 큰 어려움 없이 끌어올린 건 아까와 비슷한 씨알의 눈다랑어였다. 이후 이 두 사람은 고만고만한 씨알의 눈다랑어 서너 마리 씩을 더 낚았다. 이때가 오전 11시40분.

비는 더 세차게 퍼부었다. 이제는 너울까지 높이 올라 배를 하늘로 밀어 올린다. 더이상 낚시를 계속하는 건 무리다. 다케시 선장의 권유로 조기에 철수를 한다.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온 취재팀은 옷을 갈아입고 이른 저녁식사를 한다. 예약해 둔 근처 식당에 부탁해서 이날 낚아낸 눈다랑어를 해체했다. 참치회와 초밥 등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다음날 ‘전투’를 위해 일찍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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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이 구메지마 북서쪽 해상에서 참치를 노리고 있다.

◆이하늘, 35㎏급 황다랑어

이튿날 오전 6시. 취재팀은 서둘러 가네구스항으로 나갔다. 다행히 하늘이 갰다. 바람도 없어 바다가 잔잔하다. 제2다이치마루호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6시30분 출항, 2시간 후 도착한 곳은 전날 그 해상. 다케시 선장의 말로는 3번 파야오(Payao·浮魚礁) 부근이다. 바닥까지 수심은 1천m 이상이고 어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100m 수심층에 형성되고 있다.

전날은 악천후 때문에 제대로 낚시를 하지 못했고 참치다운 씨알을 확인하지 못했다. 5월 2일 출조 마지막 날. 다음날 오전에는 구메지마를 떠나야 한다. 우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구메지마 낚시 경험이 많은 김종필 한국다이와 마케팅 차장과 성상보 필드테스터가 내린 결론은 ‘패러슈트(Parachute)’ 낚시였다(2019년 6월호 기사 참고). 제대로 된 씨알의 참치를 낚아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법은 바로 패러슈트라는 데에 둘의 이견은 없었다.

“참치낚시는 기본적으로 생미끼낚시”라는 성상보 프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패러슈트 기법은 역시 ‘참치킬러’였다. 첫 채비가 내려가자마자 이씨가 입질을 받았고 한 시간의 사투 끝에 올려낸 놈이 35㎏급 황다랑어(Yellow Pin Tuna)였다(지난 기사 참고).

◆최운정도 패러슈트로 황다랑어 손맛

대형 황다랑어를 낚아낸 이씨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운정씨. 같은 포인트에 다시 한번 패러슈트가 내려간다. 그리고 곧바로 덜커덕 입질을 받았다. 이때가 오전 10시20분. 이씨가 35㎏급 황다랑어를 낚은 지 20분 만에 최씨가 같은 자리에서 입질을 받은 것.

“으아~!”

최씨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대 세우고 버텨.”

이씨가 최씨 옆에서 코치를 한다.

최씨는 파워레버를 밀어 원줄을 감으면서 파이팅하기 좋은 자리로 걸음을 옮긴다. 조타실 앞 선실 지붕에 걸터앉은 최씨. 이제 버텨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의외로 스풀이 쉽게 감긴다. 차고 나가는 저항이 전혀 없다.

옆에서 대기하던 다케시 사무장이 씨익 웃으며 들고 있던 작살을 내려놓는다.

“씨알이 작아요.”

이윽고 수면에 보자기(패러슈트)가 떠오른다. 여기서 바늘까지의 목줄 길이는 20m. 다케시 사무장이 손으로 목줄을 잡아 올린다. 마치 ‘들어뽕’ 하듯이 휙 들어 갑판에 내팽개쳐진 건 황다랑어였다. 그러나 다케시 사무장의 말처럼 그 씨알은 아주 크지는 않았다. 눈대중으로 7~8㎏급.

이후에도 비슷한 씨알의 황다랑어 5~6마리가 패러슈트 채비에 낚였다. 100m 전후 수심층에 참치 어군이 있긴 하지만 그 씨알이 크지 않다는 게 다케시 선장의 설명. 이때가 정오 무렵이었다.

이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채비의 낚시로는 큰 의미가 없다. 취재팀은 항구 근처 얕은 수심의 바닥을 노려 지깅으로 마무리를 한다. 메탈지그로 바닥을 찍어 ‘바리’과 어종을 노리기로 한 것. 그러나 여기서도 의미 있는 조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후 3시30분. 살짝 아쉽긴 하지만 이쯤에서 낚싯대를 접기로 했다.

이날 조과는 35㎏급 대형 황다랑어와 7~8㎏급 황다랑어 5~6마리. 오전 8시30분, 첫 입질을 받은 35㎏급 황다랑어와의 파이팅 시간이 1시간15분. 이 시간 동안 다른 낚시를 전혀 하지 못했으니, 나머지 낚시시간은 고작 5시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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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메지마 에빙에 쓴 루어. 강화 실리콘 재질로 만든 새우 모양의 웜이다.

에빙(Ebing)

전통채비와 루어 접목‘원 피치 원 저킹’ 액션

‘새우’의 일본말 ‘에비’에 ‘ing’를 붙여 만든 하나의 낚시기법. 오키나와 어부들의 전통 채비를 무라코시 세이카이 다이와 필드테스터가 루어낚시로 변형 창안한 기법이다. 에빙 채비의 특징은 카본 쇼크리더와 쇼크리더 중간에 ‘천평’이라 부르는 스테인리스 편대가 있다는 것. 즉 카본 쇼크리더-편대(천평)-카본 쇼크리더-바늘 순으로 채비가 구성된다. 편대에는 무거운 메탈지그를 달고, 바늘에는 루어(웜)을 꿴다. 메탈지그는 기본적으로 싱커의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로 대상어에게 어필력이 있다.

에빙의 액션은 간단하다. 기본은 ‘원 피치 원 저킹(One pitch one jerking)’. 여기에 상황에 따라 쇼트 저킹·롱 저킹·슬로 저킹도 구사하고, 이들 액션을 섞는 콤비네이션 저킹도 가능하다. 루어는 새우 모양 웜이 기본인데, 잘 찢어지지 않는 강화 실리콘 재질이 많이 쓰인다.


파야오(payao)

어종들의 놀이터 ‘떠 있는 인공어초’

구메지마 참치낚시는 ‘파야오(Payao)’라 불리는 수십 개의 인공어초 주변이 포인트다. 인공어초이긴 하지만 파야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닥 인공어초가 아닌 ‘부어초(浮魚礁)’, 즉 ‘떠 있는 인공어초’다.

구메지마 인근 참치낚시 포인트의 바닥 수심은 1천m 이상으로 아주 깊다. 이 해상에서 참치를 노리는 수심은 100~120m. 이 수심층에 참치 어군을 만들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파야오’다.

파야오의 기본 구조는 바닥에 콘크리트 기초를 묻은 후 굵은 철제 와이어를 그 위 수중에 세운 것. 수면에 부표를 띄워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 철제 와어어에 미생물(플랑크톤)이나 해초가 달라붙는다. 거기에 베이트 피시가 모이면 그걸 노리는 참치 떼가 파야오 근처에서 어군을 형성한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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