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상담실] 학습만화만 읽으려는 아이 지도법

  • 최미애
  • |
  • 입력 2019-07-08 07:40  |  수정 2019-07-08 07:40  |  발행일 2019-07-08 제17면
“질문으로 내용 정리 돕고 글 많은 책 단계적으로 권해야”
무조건 못 읽게 하면 독서에 흥미 잃어
이미지에 편중하거나 대충 읽지 않도록
흐름·인과관계 중심 이해하게 도움 줘야
[초등맘상담실] 학습만화만 읽으려는 아이 지도법
초등생들이 학습 만화를 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요즘 아이들은 책 읽기보다는 스마트폰 게임을 더 좋아한다. 부모가 설득해서 책을 읽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만화로 된 책들이다. 과학, 수학, 한자 등 대부분 만화로 된 책만 보려고 하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Q. 왜 아이들은 학습만화에 빠져드나요.

A : 첫째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재미’라는 요소는 책을 처음 볼 때 책을 읽는 부담을 줄여 줍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보고 숙제를 하면서도 만화책을 보려고 합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말투, 행동들에 아이들은 독서에 동기 부여와 흥미를 느낍니다. 자녀가 만화로 된 책을 읽으면서 깔깔거리며 소파에서 웃거나 책의 재미있는 장면을 들고 와서 부모님께 보여준 경험은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학습만화에 등장하는 멋지고 예쁘게 그려진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동경하는 성향 때문입니다. 호기심 많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장’의 발전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아이들(독자) 자신도 책 속에서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접 경험을 하고 스스로도 믿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학교에서나 학원 등에서 쌓인 학습 피로를 만화책을 통해 가볍게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Q. 학습만화만 보려는 우리 아이를 계속 보게 해야 하나요.

A : 먼저 부모님께서는 내용은 좋은데 만화의 표현 방식인 이미지가 문제인지, 만화책 그 자체의 문제인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녀노소 만화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학교나 도서관에서도 대출도서 1위는 거의 만화로 된 책입니다. 또한 도서 시장의 절반도 만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화로 된 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림으로 표현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줍니다. 학습 만화가 사회, 과학, 한자 등 특정 과목의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제 친구의 아이가 초등학생 시절에 만화로 된 한자책으로만 공부해서 한자 4급 시험에 통과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가 먹을 때는 맛이 있지만 많이 먹으면 성장에 문제가 되듯 독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만화는 글과 그림이 과장되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의 단편적 내용에만 치우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내용이 쉽게 전달되기 때문에 책을 대충대충 읽는 습관을 가지기 쉽습니다. 그 결과 교과서와 같은 글이 긴 책과 멀어지게 됩니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지가 강한 만화책은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갈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만화책을 읽은 후 내용에 대해 질문했을 때 아이들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나 단순한 사실은 말하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A: 먼저 부모님께서 만화책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인정해야 합니다. 무작정 만화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느 날부터 못 보게 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단계적인 접근을 권해 봅니다. 이미지가 많은 만화책으로 시작해 점차 글이 많은 내용의 학습 만화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요즘 서점에는 웬만한 일반도서 못지않게 글과 내용이 풍부한 만화책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만화로 된 책을 읽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내용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내용을 말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자연스럽게 가벼운 질문부터 의미와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화거리로서 독서를 이끌어올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만화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읽을 때는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을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먼저 그 책을 읽어 보는 것이 선행되어야겠지요. 만화로 된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부모가 부정적인 태도나 언행을 보이면, 자칫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거나 몰래 숨어서 보게 하여 죄책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책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만화책이라도 보게 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다만 편독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몫 아닐까요.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 도움말=봉성권 대구 다사초등 교사


<참고문헌: 초등학생을 위한 독서 지도 방법(박대용),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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