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다음날 경주 옥산서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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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종욱기자
  •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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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널브러진 공사장비…서원 앞 계곡엔 피서객 술판

48억 들인 유물관 10년째 문 닫혀

관람객 “정말 세계유산 맞나” 실망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다음 날인 지난 7일 경주 옥산서원. 오전부터 관람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주차장은 이미 차량으로 빼곡했다. 기대감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서원 입구에서부터 벌어지고 있는 광경은 ‘이곳이 정말 세계유산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했다. 석재를 실은 1t 트럭과 공사기계가 서원 외삼문인 역락문(亦樂門) 입구를 막고 있을 뿐 아니라 석재가 흩어져 방치돼 있었다. 서원 경내로 들어가 보니 사정은 똑같았다. 공사를 멈춘 듯 모래가 쌓여 있고, 시멘트·삽·곡괭이·물통 등 공사 재료와 기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경주시가 지난달 27일부터 정비공사를 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입구를 틀어막으면서까지 공사를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포항에서 온 김수진씨(57)는 “왜 하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시기에 공사를 벌여 관람을 어렵게 하느냐. 더욱이 휴일엔 공사도 하지 않는데 자재와 기구들을 경내에 아무렇게 보관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서원 앞 계곡은 더욱 가관이었다. 휴일 오전 피서객 8명이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관리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서원 인근에 위치한 유물관은 문제가 더 심각했다. 47억6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연면적 367㎡ 규모로 2010년 준공했지만 10년째 폐쇄 중이다. 경주시가 건립하고 여강이씨 문중에서 관리·운영을 맡기로 했으나 인력과 예산문제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 이날도 유물관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이 때문에 삼국사기 50권 9책(국보), 회재 이언적 수필고본(보물) 등 1천635종 3천117점의 유물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옥산서원 유물관은 전국 47개 서원 중 장서(藏書)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경남 창녕에서 왔다는 A씨 부부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유물관이 닫혀 있어서 안타깝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경주시의 안일한 문화관광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시민 김모씨(55·안강읍)는 “천년고도 경주에 문화관광행정이 사라졌다”며 “옥산서원의 세계유산 등재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경주시를 비판했다. 특히 안동시가 7일 도산서원·병산서원의 세계유산 등재 축하 행사로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제공하고 입장료를 면제해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대비되고 있다. 실제 이날 경주 어디에서도 등재 사실을 안내하거나 축하하는 현수막을 볼 수 없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담당 과장 등이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출장을 가고, 최근 정기인사로 행정에 공백이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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