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지역 균형개발 기대…선거 입지 굳히는 치적사업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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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9 07:09  |  수정 2019-07-09 08:37  |  발행일 2019-07-09 제3면
대구시신청사 유치전 사활 속내
20190709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한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공사비 3천억원 추정)은 정황상 5개월뒤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의 연내 행선지 결정의지가 확고해지면서 중·북·달서구, 달성군 4개 기초단체의 물밑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 현실적 이유는 시청사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시청사를 유치하면 주변지역의 지체된 각종 개발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인구 전입효과, 상권 활성화, 지가 및 주택가 상승 등의 동반 부수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공천 및 당선의 핵심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물밑에서 부단히 지원사격을 한다. 해당 기초단체장들도 유치 실패시 3년 뒤 지방선거에서 목민관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공무원들을 독려한다. 과열유치경쟁은 사안 특성상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지만 경쟁이 지역민 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지지부진 도심재생사업 추진동력 확보
인구 유입·상권 활성화 부수적 효과도


◆시청소재지 중심의 개발계획

4개 기초단체장은 기본적으로 시청 소재지가 돼 인구 248만명 광역 대도시에서 일약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 마땅한 동력을 찾지 못해 지지부진했던 알짜배기 개발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실제 각 기초단체가 시청사 건립지로 제시한 곳은 저마다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다.

인구 7만명의 초미니 자치구인 중구는 중앙지하상가~노보텔 앰배서더대구에서 끊긴 지하공간을 개발하려 한다. 이를 토대로 대구의 역사적 정신이 깃든 2·28기념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자연녹지형 광장으로 조성, 시청 앞마당에 둘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기존 시청사(부지 1만2천594㎡) 외 국채보상로 인근 부지 9천145㎡를 추가매입, 10층 규모 안팎의 청사를 신축할 생각이다. 현 시청사는 20층 정도로 증축한다는 구상이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시청사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최선책으로 여긴다. 중구청 관계자는 “원도심 개발노력과 함께 1909년 대구부 청사가 동인동에 위치하면서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역사성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아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북구는 현재 시청별관(임시)이 있는 옛 경북도청사 부지(12만9천여㎡)에 당초 계획대로 문화복합단지가 조성되면 낙후된 산격동 주변지역이 도심재생구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가 본다. 이는 인근 산격1·4동에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시청별관 부지 주변 경북대 일대와 6·25전쟁 피란민촌(복현동)에 각각 대학타운형 도시재생사업과 청년행복주택 및 영구임대 주택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구청 관계자는 “도청이 있었을 때도 주변이 낙후돼 지역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청사가 들어와 주변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대구삼성창조캠퍼스·경북대와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2009년 8월 가동중단 이후 줄곧 방치된 두류정수장 부지(시유지·15만8천여㎡)에 시청사가 들어서면 민자를 유치해 청사외 컨벤션센터, 문화시설, 비즈니스 호텔, 쇼핑몰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타운을 건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대구를 대표하는 83타워, 이월드, 코오롱야외음악당, 문화예술관 등 인접 인프라와 연계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167만㎡(50만평)인 두류공원과 도보로 연결되고, 부지를 둘러싸는 사면이 도로와 접해있어 향후 확장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달서구청 측은 “신청사가 오면 기존 동부권(동·수성구)을 중심으로 발전한 탓에 낙후된 서남부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경제중심지라고 자부하는 달성군은 화원읍 일대 부지(20만㎡·그린벨트 포함)를 시청사 부지로 내놓으면서 행정, 교통중심지의 위상도 함께 갖기를 원한다. 화원읍 일대는 대구시가 1997년 서부정류장 이전지로 확정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서대구역복합환승센터가 건립되면 서부정류장이 그곳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일부 부지는 LH주택홍보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원 IC, 대구산업선철도, 도시철도 1호선과 인접한 것을 감안하면 개발범위를 키우고 싶은 게 달성군의 입장이다. 달성군측은 “최대 35만㎡까지 확장할 수 있다. 공공청사(시청사)가 들어서면 그린벨트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기초長·국회의원 정치생명 연장 직결
유치실패땐 당선·공천서 멀어질 수도


◆합리적 결정의 장애물 ‘정치인 관심’

신청사 유치 열기가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요인 때문이다. 유치전 출사표를 던진 기초단체장과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생명 연장여부와 직결돼 있어서다. 사실상 유치에 실패하면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민심이반으로 공천 및 당선 가능성이 모두 희박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자신의 명의로 유치 현수막을 내건 의원도 등장했다. 의원 중 일부는 부적절한 행위와 발언 등의 논란으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이들이 있어 ‘시청사 유치’라는 결정적 한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은 올 12월 중순까지 예비후보자 등록을 해야 한다.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는 사안 특성상 정치적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지만, 이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에 대해 골몰해왔고, 결국 늦어도 12월 중순까지는 입지를 결정하기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해당 기초단체장도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유치에 성공하면 재임기간 중 ‘최대의 치적’으로 남을 수 있다. 지방의회와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기초단체장은 향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3년 뒤 지방선거에서 연임은 ‘따논 당상’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마음먹기에 따라 국회의원 등으로 정치적 체급을 올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반면 실패하면 가혹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결과가 안 좋으면 잔여임기 3년간 주민 원성을 들으며 고통스럽게 보내고 연임도 물 건너 갈 수 있어 욕을 먹더라도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일 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은 “정치인들이 나서게 되면 유치전이 더 과열되고 합리적 의사결정도 왜곡될 우려가 있어서 바람직하진 않다”면서 “신청사를 어디에 짓느냐 문제는 오롯이 시민의 판단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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