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私慾(사욕)의 議長戰(의장전)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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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0   |  발행일 2019-07-10 제30면   |  수정 2019-07-10
대구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벌써부터 자리에 군침흘려
서민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공항문제 등 안팎서 어려움
사욕은 누르고 공익을 품길
20190710
진 식 정치부장

‘아이는 절하기 전부터 제상에 올린 곶감에 눈부터 갔다. 사실 아이는 누구의 제사인지도 모른다.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입안의 달콤함만이 본능을 자극할 뿐.’ 속담은 이를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고 꼬집는다.

대구시의회에는 모두 9개 감투 자리가 있다. 의장·부의장(2석)과 6개 상임위원장이다. 임기 4년 동안 딱 절반인 2년씩 전·후반기로 구분해 시의원들은 이 감투를 나눠 갖는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30명의 시의원 중 최다선인 3선 의원은 배지숙 현 의장과 A의원이다. 나머지 의원 28명 중 2명은 재선, 26명이 초선들이다. 당시 시의회 출범 초기 의장 자리를 놓고 배 의장과 A의원, 재선의 B의원이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다른 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은 이들 간 합의를 원했으나 순탄하지 않았다. 버티기 끝에 선수가 달리는 B의원이 먼저 다른 감투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의장전(戰)’에서 타월을 던졌다고 한다. 남은 건 배 의장과 A의원, 하지만 여전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이어갔다. 급기야 시의원들은 투표를 통해 의장을 뽑았다. 전반기 감투는 그렇게 정해져 현재 진행형이다.

후반기 의장단은 내년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지금이 7월이니 딱 1년 남았다. 그런데 시의회는 후반기 잿밥을 놓고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는 모양새다. 의장전은 이미 전개된 지 오래다. ‘1강·2약’ ‘1강·3~4약’이란 구도가 형성됐다는 소리가 나오는가하면 또 한편에선 ‘1강은 모래성’이란 말도 들린다.

1강은 오래 전부터 세를 규합하고 다녔다고 한다. 제8대 시의회 출범 직후부터라나. 그래서 1강이 여태껏 자신을 지지하는 시의원들을 모은 게 대여섯은 된다고 한다. 하지만 겉으론 손사래를 친단다. 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게 바로 패거리 정치라는 걸.

1약은 욕심이 과하다고들 한다. 1년 전 의장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다른 감투를 썼으면서 지금에 와서 또 더 높은 감투를 노린다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그래서 1약을 향해 울린다.

또 다른 1약은 ‘생계형’이라고들 한다. 의정학교 대선배이면서도 그동안 후배들한테 밥 한 그릇 안 사더니 의장선거 1년을 앞둔 요즈음 ‘은근슬쩍 밥 같이 먹을래’ 한단다. 지난번 투표에서 져 선수를 내준 만큼, 다음은 내 차례 아니냐는 명분(?)으로 들이밀고 있단다.

나머지 2약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름만 살짝 올려놓고 괜시리 ‘간’만 보는 부류인 것 같다. 눈치를 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 감투와 ‘출마포기+지지’로 바꿔먹기를 할 심산인 것 같다.

내친 김에 배 의장에게도 한마디 해야겠다. ‘제발 품위 좀 지키시라. 요즘 세상에 의전(자리배치)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그리고 ‘메이크업’을 해주는 사람까지 두는 건 좀 그렇지 않으신가.’

다시 잿밥으로 돌아가, 의원님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은 민생부터 보듬어야 할 때다. ‘골목상권’ ‘서민경제’가 바닥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고, PK는 김해신공항을 무산시키고 가덕신공항을 도모하고 있다. 대구가 안팎으로 어려운 이때, ‘사욕(私慾)’을 누르고 ‘공익(公益)’을 품어 달라.진 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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