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친박’…황교안 의중 담겼나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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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1   |  발행일 2019-07-11 제5면   |  수정 2019-07-11
당 사무총장·예결위원장 등
‘감투 배분’친박계 의원 약진
내년 총선서 공천 독식 우려
일부선 “황 대표 의도와 무관”
힘 실리는 ‘친박’…황교안 의중 담겼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내에서 친박(親박근혜)계 의원들이 득세(得勢)하는 양상이 벌어지자 황교안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당’ 이미지가 강해지는 배경에는 황 대표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시각과 황 대표 의도와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한국당에서 벌어진 ‘감투 배분’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당 사무총장에 대해선 복당파 이진복 의원이 내정됐다가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결국에는 친박계 박맹우 의원이 선임됐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선 복당파 황영철 의원을 끌어내리고, 친박계 김재원 의원(상주-군위-의성-청송)이 들어앉았다. 친박계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은 2년 연속으로 예결특위 위원에 배정돼 동료 의원들로부터 특혜 시비를 일으켰다.

잇단 당직 및 국회직 인사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결실을 차지하자, 당내 일각에선 친박계의 지원으로 당권을 잡았던 황 대표의 뜻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친박당’의 색깔은 뚜렷해지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친박계 독식’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영철 의원이 지난 5일 예결특위위원장을 포기하면서 “계파 본색이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해 대단히 실망스럽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와 같은 일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조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런 움직임에 대해 비박(非박근혜)계 또는 계파색이 옅은 중도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친박당 색깔이 강해지면, 수도권 선거는 필패로 가는 길”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 측에선 최근 움직임과 황 대표와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펄쩍 뛰고 있다. 한 측근 인사는 “황 대표가 누구 인사를 부탁하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원내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전적으로 일임했기 때문에 일부러 전화해서 부탁하고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재원 의원과 정종섭 의원 건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단독작품’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재원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때 나 원내대표를 적극 도와 득표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종섭 의원은 나 원내대표에게는 ‘은사급’ 대학선배로 통한다는 후문이다.

이런 ‘친박 득세’ 현상이 한 방향으로 계속 진행될지, 아니면 반전의 계기가 있을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황 대표가 지금은 친박계에 얹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벌써 칼날을 보이면 당력을 집중시킬 수 없다”면서 “내년 총선 공천 국면에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중대 결심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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