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경제 보복, 감정 대응보다는 대화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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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1   |  발행일 2019-07-11 제31면   |  수정 2019-07-11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의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수출 규제가 탄소섬유나 반도체 제조용 장비쪽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산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 가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미산단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주가 급락과 환율 요동의 후폭풍을 초래해 ‘경제왜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배경과 관련, 일본 정부는 최근 ‘양국간 신뢰 관계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때문에 일본이 경제 보복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은 신일본제철에 징용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WTO(세계무역기구)에 긴급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일본과의 갈등 배경과 대응 방법의 합당성에 대해 되새겨 봐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사에 몰입된 감정적·민족주의적인 맞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한·일 관계 위기가 지속된 지난 7년간 우리는 포퓰리즘 정치에 휘둘린 민족주의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우를 범한 게 사실이다. 일본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일본 여행 금지·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같은 감성적이고 근시안적인 접근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정치력·외교력을 동원해 차근차근 대화로 풀어 나가야 마땅하다. 국내 산업계 피해를 줄이고 향후 나라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미래 지향적인 해결책을 찾으라는 역대 경제 장관들의 처방도 새겨 들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 수뇌부가 직접 일본 총리와 독대해 전향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주요 부품과 부품 소재의 국산화로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만약 기술적 요인 등 여러 애로와 한계 때문에 자급하기 어렵다면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대구경북 기업은 일본뿐 아니라 중국산 중간재 투입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국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대구경북 지역 주요 소재 부품과 장비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부품 소재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핵심 연구개발 과제 발굴과 핵심 중간재 개발을 위한 연구·투자도 절실하다. 늦었지만 이 모든 준비에 경제·산업계는 물론 국가와 지자체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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