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숙지지 않는 사학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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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1

박종문 교육팀 부장
최근 교육부와 사학혁신위원회가 발표한 사학혁신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보면 사학비리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총장자녀가 운영하는 호텔 숙박권 200매를 구매했다가 1년 뒤 호텔이 문을 닫자 남은 숙박권을 불용처리한 대학, 교비로 골드바 30개를 구입하고도 결산 등에 반영하지도 않고 총장이 전·현직 이사 3명에게 골드바 한 개씩을 지급한 뒤 나머지는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한 대학도 있었다. 골프회원권을 교비 6천여만원으로 매입한 뒤 6년간 총장 혼자 사용한 대학도 적발됐다.

학사·입시비리도 여전했다. 신입생 충원율 확보를 위해 300여명을 만학도로 충원 후 등록포기원을 소급 제출한 대학도 있었다. 학과 정원이 30명인데 지원자 61명을 전원 합격처리하거나, 등록금 전액 면제조건으로 신입생 등록 후 출석하지 않음에도 출석부를 허위기재해 학점을 부여한 대학도 있었다. 인사비리는 점입가경이다. 총장이자 법인이사의 조카 및 손녀를 공개채용 시험이나 면접 절차도 없이 법인직원이나 대학직원으로 채용했다. 신규채용에 필요한 서류나 자격충족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총장 배우자를 객원교수로 신규 채용하고, 강의 배정을 하지 않고도 1억4천3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대학도 있다. 이사회 운영이나 대학평의회 운영에 대한 문제 등 가히 비리백화점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사학비리가 벌어지고 있음이 이번 사학혁신위원회 활동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사학혁신위원회는 당초 사립대학에 대한 공공성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 12월 교육부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이 후 사학혁신위원회는 국민제안 신고센터의 제보 사안을 검토해 비위정도가 심각한 대학에 대해 교육부에 조사·감사를 권고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35개교는 실태조사 및 종합감사, 30개교는 회계감사 등 모두 65개교에 대한 실태조사 및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755건의 위법·부당 사안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임원 84명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2천96명의 신분상 조치, 227건에 대한 258억2천만원의 재정상 조치, 136명에 대해 고발· 수사의뢰 조치를 하였다. 그 전 10년간 380개교에 대한 감사에서 3천106건을 적발하고 205건을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고 9천620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하면 사학비리가 여전하고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법인운영 및 학사관리를 잘하는 사학이 많은 대구경북지역도 이번에 8개교가 실태조사나 감사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육부가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추가로 2021년까지 16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하는데 대구경북에는 대상 대학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사학비리가 숙지지 않으면서 사학혁신위원회는 사학임원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사학교권의 강화, 사립대학 공공성 강화, 비리제보 활성화 및 제보자 보호 등의 제도개선 권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로 사학비리가 근절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비리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광복 후 폭발적인 교육수요를 공교육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지방 독지가들에게 사학을 설립하게 하고 학교운영에 대한 공적 감시기능은 다소 느슨하게 한 게 그 근원이다. 이후 여러 차례 사학비리에 대한 정권차원의 단속이 있었지만 몇년 뒤에는 흐지부지돼 이를 근절하지 못했다. 이번 정부의 사학비리 근절의지도 여기까지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국내 대학은 혁신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있다. 글로벌화된 환경에서 우리나라 대학들도 국제경쟁력을 키워야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정부 등 공적자금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사학비리가 근절되고 학교운영이 투명해야 필요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학이 ‘꼼수 비리경영’이 아닌 투명한 경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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