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의 문화읽기] 지역출판진흥조례와 한국지역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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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2   |  발행일 2019-07-12 제22면   |  수정 2019-07-12
문화콘텐츠산업 원천 출판
대구시의회의 지원 조례와
내년 한국지역도서전 계기
대구출판 도약의 기회 기대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
20190712
문학박사

‘지역’과 ‘출판’이란 말의 현실은 매우 아프다. 출판 근처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이라면 한숨을 쉬어도 한참 쉬어야 할 지금이다. 정치 분야에서만 지역 분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지역분권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정치 분야는 지역의 대표로 국회의원들이라도 있으니 외형적으로는 지역이 절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부적으로는 지역이 홀대당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예술문화 분야의 지방 소외는 너무도 어이없어서 말하기도 어렵다. 그 중 지역 출판 산업도 예외일 수 없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시의 경우 2010년 대구출판인쇄정보밸리 조성 공사에 착수, 현재 90여개 업체 1천여명이 밸리에 들어와 일하고 있다. 이어 2017년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개소하여 지역 출판 산업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출판산업지원센터는 출판(기획), 인쇄(생산), 독서(수요)의 가치 사슬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원센터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는데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지원센터 개소 2년, 이 시점에서 대단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문화 산업은 그 효과가 빠른 시간에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과 출판의 이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여 지난달, 대구시의회가 지역출판 활성화와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구시 지역출판진흥조례를 제정했다. 17조로 구성된 조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5조(책무) 부분이다. ②항에 “시는 지역 출판 간행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노력하고, 구·군 및 대구시교육청이 설치·운영하는 도서관에 지역 출판 간행물을 우선 구매하여 비치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고 한 것이다.

‘노력’과 ‘권장’이라는 말에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효과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지만 광역시의회가 이런 조례를 만들었으니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출판이 문화의 중심이며, 문화 콘텐츠 산업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문화가, 인간이 가진 모든 역량이, 모든 아이디어가 출판을 거치는 책에 담기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지방 정부도 출판 산업 진흥이라는 정책을 우선 순위에 놓아야 할 것이다.

좋은 책은 서울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좋은 책이 아니듯이 서울에서 출판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책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책을 내는 시민도 기획 출판이 아니고 자비 출판이라면 꼭 서울로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서로 돕겠다는 마음이 모여야 관련 산업의 진흥과 지역 문화 발전이 가능하다.

지역에서 어떤 책이 출판되고 있는가는 2017년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지역도서전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다행히 2020년 제4회 한국지역도서전을 대구시 수성구가 유치하여 대구시민에게 전국의 지역에서 출판되는 책들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대구시의회가 지역 출판 진흥 조례를 제정하고, 수성구청이 전국지역도서전을 유치한 것을 계기로 대구 지역 출판업계가 크게 도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도약의 계기를 만들 사람은 시의회나 지자체, 출판업계의 사람뿐이 아니다. 시민들이 지역에서 출판된 책 한권 사서 읽는 일이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지역 출판 도서를 지역민이 읽어주지 않고는 지역 출판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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